최근 교사가 학생들에게 매 맞는 동영상이 알려져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교실붕괴, 교권추락 문제가 심화되어 왔는데, 급기야 최악의 형태로 드러난 느낌이다. 이 사건 이후 교권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교권강화론과 학생인권 관련 논란이 벌어졌다. 교권 문제는 단순히 교사의 권한이나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할 수 있느냐를 의미하는 교육권의 문제다.
교육은 자신과 모두를 위한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다운 사람의 이상은 ‘건강한 민주시민’이라는 말로 표현된다. 민주주의는 일부 특권층이 아닌 대다수 사람들에게 옳고 좋은 것이 이루어지도록 하고자 하는 사상으로 오늘날 세계 보편의 정치체제이며 정신가치다. 학교는 이러한 인간교육과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존재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전체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목적을 상실한 채 주어진 교과지식을 기능적·기술적·방법론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 지금 학생들이 더 사람다운 사람, 바람직한 민주시민이 되는 자질을 기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오늘날 그런 교육은 자취를 찾기 어렵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바람직해지는 게 아니라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세계적인 고학력 사회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반하고, 부정과 편법을 일삼으며, 부패, 무능, 무책임, 그로 인한 각종 사고의 연속을 드러낸다.
학부모들도 자기 자녀가 참 교육을 철저히 받으며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자라기를 바라기보다, 자녀가 잘못을 해도 혼나지 않고, 점수만 잘 받으면 된다는 입장을 갖게 된 편이다. 참 교육의 과정에서 교사가 좀 엄격한 지도를 가하면 반발하고, 그 과정의 실수나 사소한 잘못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교사에게 민원이 제기되면 학교장, 교육청 등은 교육권을 지켜주지 못한다. 이번 매 맞은 교사가 가만히 있었으니 교권 문제가 대두되었지, 교사가 그런 아이들을 제압하여 지도하느라 체벌이라도 했으면 교사가 문제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조사에도 나타나는 것처럼 수많은 교사들이 교육다운 교육 하기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 73%가 “교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했고, 그럼에도 61%는 “그냥 참고 넘긴다”고 답했다. 여기에서 그냥 참고 넘긴다는 말은, 진정한 교육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교육계에 전면적이고 종합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번에 통과된 교권특별법뿐 아니라 헌법,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학생인권조례 등이 악용되거나 유명무실화되지 않고,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적용되고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학생 생활지도도 이러한 기준에 의거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입시와 시험점수 경쟁, 지식 전달 위주의 교육을 타파하여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 평가 등은 철저한 인간교육, 민주교육이라는 교육목적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한 교육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는 민주와 정의, 인권, 평등과 평화, 자유와 진리가 꽃피고, 바람직한 번영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정영훈 초등학교 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