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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압수수색, 법 집행인가 합법적 폭력인가 / 김새롬

등록 2016-01-25 18:58


7시가 채 안 된 이른 아침. 쾅쾅쾅! 사람들이 요란하게 문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 교양 없는 행동은 나와 이웃들이 잠에서 깨도록 몇 분간 계속되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깰 무렵 괴한들이 소리쳤다. “김새롬씨, 압수수색하러 왔습니다. 문 열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갑니다”라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드릴 소리가 야단스럽게 들려왔다. 크게 놀라 문을 여니 그 괴한들은 무턱대고 신발을 신고 내 집으로 쳐들어왔다. 이른 아침부터 무뢰배들처럼 들이닥친 그들은 압수수색을 하러 온 경찰들이었다.

내가 인터넷에 작성한 글로 인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내가 받는 혐의는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다. 그런데 왜 압수수색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나는 횡령 또는 절도를 해서 집에 장물을 숨겨두고 있던 것도 아니고, 공문서 또는 사문서를 위조하거나 납치·인신매매 따위를 한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인터넷에 올린 주관적인 의견을 문제 삼아 수사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증거는 인터넷에 있다. 압수수색 전 경찰은 이미 내가 살아오면서 인터넷에 써왔던 글들과 신상정보를 모두 털어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찬양”이나 “고무”를 한 것도 아니다. 나는 타인들이 쓴 통일이나 남북관계 관련 글에 대해 나의 주관적인 의견을 올리며 7·4 남북공동성명 등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한 통일정책과 초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을 논거로 삼았다. 나는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비방과 인신공격, 갈등과 반목을 반대하며 논리와 논거를 갖추어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그런 모습이 특정 세력과 네티즌들, 경찰에게는 눈엣가시였던 모양이다.

특정 세력과 성향이나 의견이 다르다고 수사를 하는 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 수사를 한다고 해도 증거는 100% 인터넷에 있는데 왜 압수수색을 하는가. 편의점 영수증, 관현악단 공연 입장권, 샴푸 등을 왜 만지작거리며 자세히 본 건지 모르겠다. 김정은 제1비서의 사진이 있는 신문 등은 압수하지 않았다.

압수한 건 일기장과 연습장 그리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였다. 일기장과 연습장에는 내가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결혼과 다이어트, 건강에 관한 소소한 고민들과 사생활이 오롯이 담겨 있다. 컴퓨터 역시 내가 지난 10여년간 찍은 사진과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신저 쪽지를 비롯해 내 사생활은 물론 지인들의 정보까지 담겨 있다. 경찰이 필요했던 건 이런 나의 사생활과 인간관계였다.

무뢰배와 같은 경찰들은 단란한 내 보금자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컴퓨터를 고장냈다. 그리고 사생활을 털어 갔다. 이런 부당한 압수수색 이후 나의 생계와 사회생활이 무너지고, 나는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김새롬 경기도 파주시 연풍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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