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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난 국회의원실 자원봉사자다 / 서진석

등록 2016-01-25 19:00

난 국회의원실 자원봉사자다. 교통비를 자비로 부담하고, 내 시간을 할애한다. 의원실에서 내게 주는 건 끼니뿐이다. 주위에서 이런 나를 보고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네 인생이나 더 신경써라. 아니면, 정치할 생각이냐?

내가 봉사를 시작하는 데는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평소 정치에 관심은 많았지만 참여는 투표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검정고시를 보고 방황하던 나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주었던 선배가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고 며칠 뒤 친한 형과 밥을 먹고 있는데, 그 형 얼굴이 갑자기 하얘졌다. “동기 장례식장 가봐야겠다.” 잇따라 두 젊은이의 안타까운 선택을 접했다. 혼란스러웠다.

때마침 평소 젊은이들의 고민과 아픔을 공감해주는 한 원로 언론인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어 여쭤보았다.

“선생님. 일주일에 두 20대가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없어서 안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정치적 요인에 따른 사회적 양극화가 그 원인 같습니다. 같은 20대로서 저는 무얼 해야 합니까?”

선생님께서 대답하셨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투표는 물론이고 기초의회 선거에도 출마해라. 정치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당은 청년들이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다음날 처음 보는 이름의 국회의원이 의정보고서라는 걸 우리집에 보내왔다. 청년들의 부채가 대부업체에 팔리고 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당시 나를 지배하던 고민과 닿아 있고 ‘사회적 금융’에 대해 공부도 하고 있던 터라 더 크게 와닿았다. 충분한 고민 끝에 지역사무소에 찾아갔고, 그렇게 나의 자원봉사는 시작되었다.

그사이 자료를 접하고 의원을 수행하며 그 의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분은 나와 같은 고민과 방황을 이해해주고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4년간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던 사람이었다.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었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쯤 지난 어느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러 서울 강남에 갔다. 목도리를 안 한 사람을 찾기 힘든 한파였다. 가을에 입을 만한 얇은 셔츠 하나만 걸친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를 보았다. ‘뭐라도 벗어 주고 싶다. 따뜻한 음료수라도 사줄까’ 고민을 하다 아르바이트에 늦어 그냥 지나쳐버렸다. 우연히 마주친 그 아이는 내 머리에 꽤 오랫동안 큰 충격으로 남았고, 내가 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저런 아이가 적은 세상, 그토록 두려운 죽음이 지금 내가 어깨에 진 무게보다 가볍지 않은 세상,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는 사람이 다시 한번 4년간 우리의 대리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정확히는 그렇게 되게끔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당면한 취업이라는 산 앞에 잠시 멈춰 서 무급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다. 오는 총선까지, 내 자원봉사 기간은 5개월 남짓이다. 그 시간은 내 꿈을 이뤄가는 것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꿈.

청년들이여, 정치에 참여하라. 출마하는 후보의 살아온 길을 알아보라. 자신의 가치관과 가장 부합하는 후보와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하라. 자원봉사든 소셜네트워크(SNS) 홍보든 동참하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금을 들고 보험을 들지 않는가. 정치 참여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엔(N)포세대로 한반도에서 산다는 것이 비록 녹록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정치에 참여하길 바란다. 나의 여생과 내가 낳을 아이들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서진석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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