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노동부는 새로운 해고제도 도입과 노동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위배하는 2대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위헌이라고 경고했고, 전 국민을 고용불안으로 내몰 수 있는 중대 사안의 발표를 정부는 금요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으로 진행했다. 이기권 장관은 ‘쉬운 해고’ 지침을 ‘공정인사’로 둔갑시키면서, “많은 근로자들이 부정확한 정보와 악의적인 호도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노동계의 저항을 ‘불법 집회와 선동’으로 규정했다. 나는 노동부 발표보다 대통령의 ‘불법 선동’ 발언이 더 섬뜩하다. 이미 대부분의 부당해고 사건에서 징계 사유가 ‘불법 선동’ 혐의이기 때문이다.
2014년 2월 한국철도공사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노동자들은 ‘케이티엑스(KTX) 승무원들은 과연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나’라는 주제로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했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코레일관광개발 사쪽은 간담회 참석자 2명을 해고하고 다른 참석자들을 강등과 감급하는 중징계를 단행했다. 징계 사유는 ‘허위사실 유포’와 ‘기자회견 시 근무복 착용’ 등이었다. 졸지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 사쪽에 의해 노동자들과 함께 ‘허위사실’을 ‘선동’한 공범이 돼버렸다. 2015년 6월 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모두 부당해고로 결정하고, 해고가 사쪽의 노동조합 혐오에 따른 징계라는 점에서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같은 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같은 결정을 내렸다. 만약 주권자인 노동자가 주권을 위임받은 국회의원과 간담회를 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 해고사유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공정인사’는 고사하고 ‘사회계약’이 부정되는 근대 이전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사쪽은 이 결정에도 불복한다면서 행정소송을 진행하며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폭로된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부당해고 사태(분명 사태이다!)에서도 드러났듯이 사쪽은 법원에서 자신들의 ‘부당해고’가 ‘공정인사’로 뒤집어지기를 과연 바라는 것일까. 대통령의 발언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해고사유가 되는 ‘선동’으로 규정되고, 그 결과 사쪽의 ‘불법선동’만 난무하게 될 것이 아닌가.
우리 노동조합이 부당해고된 자회사 노동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면, ‘왜 당신들 일도 아닌데 간섭하느냐’고 또 소송을 제기한다. 정부와 보수언론에서 ‘초강성 노조’,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당하는 우리가 이러하니 절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바람 앞 등불이다. 새로운 해고제도에 반대하면 ‘불법선동’으로 징계해고되는 악순환. 이미 우리 모두는 다양한 종류의 해고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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