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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 / 최원훈

등록 2016-02-01 19:13

법원 통계에 따르면, 가정법원 소년부 재판을 받는 범죄소년은 연간 4만여명이고, 이 중 학교 밖 청소년이 2만4천여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전국 재적 학생 중 학업중단자는 연평균 5만여명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비행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비행친구와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과 가출로 인한 생활고로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ㄴ양은 최근 교내 폭행으로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5일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대안교육의 목적은 학교폭력 등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상담과 체험활동 중심의 인성교육을 통해 재비행 없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ㄴ양은 무단결석을 하고 학교폭력을 주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교육 태도가 진지하고 생각이 깊었다. 또 연극치료에서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아픔과 이혼해서 떨어져 사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금요일 오후, 수료증을 받아든 ㄴ양은 앞으로 자신의 꿈과 가족을 위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간 ㄴ양은 학교폭력 이전의 무단결석과 교사 지시 불이행으로 선도위원회에서 퇴학처분을 받고 학교를 떠났다.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나 선도위원회를 통해 교내봉사 등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부터 강제전학, 퇴학처분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 필자의 상담경험에 따르면, 강제전학을 간 학생은 깊은 상실감과 낯선 환경,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 탓에 전학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

일주일 전,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에 대한 부가 처분으로 5일 대안교육 명령을 받은 아이들의 담임을 맡았다. 대부분 가출과 비행을 반복하여 비행성이 심화된 학교 밖 청소년들이었지만, 모두가 밝고 적극적인 태도로 열심히 교육에 임했다. 마지막 날, 수료식을 마친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겠다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는데, 그것은 오랫동안 옷장에 넣어두었던 자신들의 교복이었다.

졸업과 진학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들뜬 마음으로 시내를 거니는 계절이다. 교복을 옷장에 넣어 둔 ㄴ양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비행친구들과 어울리며 거리를 방황하고 있을지 모른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주변인으로서의 소외와 상실감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어울려 비행하위문화를 통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과 취업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있는 아이들을 인내와 관용으로 감싸 안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외롭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최원훈 법무부 안산청소년꿈키움센터 교육운영과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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