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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성과연봉제가 성과를 낼 수 없는 이유 / 이영주

등록 2016-02-03 18:40수정 2016-02-05 10:05

정부가 공기업에 대하여 성과연봉제와 퇴출제를 도입하도록 강제하면서, 우선적으로 금융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성과주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제가 다니는 에너지 공기업에서도 노동조합과 합의가 필요한 직원 영역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성과연봉제가 요구되었고, 저성과자 역량향상제도는 발전소장에 해당하는 1직급에 대하여 재작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언론들은 ‘방만경영 공기업에 들이댄 칼’처럼 묘사했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물러나야 했던 사람은 ‘직언’한 사람이었습니다. 듣기 좋은 말로 경영자의 고충을 이해해준 사람이 아니라 현장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경영자에게 말한 바로 그 사람이 밀려났습니다.

조직 위계를 확실하게 강화하는 방법은 겁박하는 거고, 성과주의는 그 좋은 수단이 됩니다. 성과주의는 단순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조직의 실재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조직 자체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세분화시켜 나눠 맡은 거라서 개인이 하는 일들은 거의 모두 다릅니다. 이에 따라 큰 조직일수록 역할은 세분화되고, 평가는 점점 더 모호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평가하는 사람도 평가받는 사람이 되고, 공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라고 해도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정함이나 합리를 명분으로 시행되는 사기업의 ‘성과연봉제’가 실상은 아이가 있는 엄마는 무조건 최하위를 주고, 남편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구제금융 때 사내커플에 대해 둘 중 한명만 다니라고 하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사람을 퇴출하면서도 그 평가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는 방식이라는 걸 들어서 압니다.

공공기관의 노동조건은, 나라 안 노동조건의 기준이 됩니다. 공공기관의 노동조건보다 좋은 기업은 장려되고, 나쁜 기업은 계도되어야 합니다. ‘기준’이 높아질수록, 나라 안 노동조건은 더 좋아질 수 있습니다. 겨우 법이나마 준수하는 수준의 공공기관이 나라 안 모든 구직자가 선망하는 직장이 되는 것은, 법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가 일을 너무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정부가 일을 못해서 벌어진 일들을 나라 안 노동조건 ‘기준’을 끌어내려서 덮으려고 합니다. 정부가 나라 안 노동조건의 기준을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사기업에 기준을 지키라고 강제하도록, 노동자들을 지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영주 경북 울진군 북면 나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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