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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농민당을 만들자 / 정기석

등록 2016-02-10 19:04수정 2016-02-10 19:04

스웨덴을 생각하면 복지부터 떠오른다. 학교, 보육, 건강, 연금, 노인 복지, 사회복지 사업 등을 국가가 거의 무상 제공한다. 50년에 걸쳐 이뤄진 이 같은 스웨덴 복지는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의 산물이 결코 아니라고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의 최연혁 교수는 설명한다.

바로 ‘정치적 상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분배의 정의를 동시에 일궈내기 위해 1938년 좌우연정, 노사합의라는 대타협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 ‘정치적 상생’의 두 주역인 좌파 사민당과 우파 농민당의 좌우연정, 그리고 자본과 노동이 합작한 살트셰바덴 협약은 스웨덴 역사의 물꼬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복지국가 스웨덴을 일군 사민당의 장기집권은 사민당이나 노동자들의 독단적인 힘이 아니라 농민과 연대한 이른바 ‘노·농동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스웨덴의 농민당은 진보적이거나 혁신적이지 않다. 전형적인 우파로서 그저 농민의 이익단체일 뿐이다. 하지만 좌파인 사민당은 사회복지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우파인 농민당과 힘을 합친다.

대만(중화민국)에도 농민당이 있다. 1989년 창당한 당원수 약 6000명의 군소 정당이다. 대만(타이완) 독립운동과 토지 균분론을 주장하는 중도좌파적인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다. 역시 정치 이념보다는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존립목적이다. 대만의 민주진보당 집권기에 실행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농민들의 생계가 위협당하면서 반국민당, 반민주진보당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도파인 민주진보당에 비해 다소 진보적인 점 말고는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한국에는 농민당이 없다.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독자정당이 없는 것이다. 그럴 힘도, 돈도, 사람도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민원과 이해관계를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농해수위는 ‘농민당’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가 있다. 아무쪼록 소속 의원들이 좌우,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농민들의 이해를 대변해달라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농민들은 농해수위의 그 별명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저히 농해수위를 농민들의 민생을 위하는 ‘농민당’ 대신으로 생각할 수 없다. 과연 농해수위 위원들이 농민들의 이해를 진정으로, 제대로 대변해왔는지 믿음을 주지 않는다. 차라리 농해수위 소속 위원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지역구가 농어촌이고 유권자가 농어민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농해수위를 선택한 의원, 자기 당내에서 힘이 없어 비인기 상임위인 농해수위로 밀려난 의원, 그리고 그 두 가지 조건을 다 갖춘 의원.

농민들은 2014년 9월, 농민단체 연대기구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을 출범시켰다. 그 자리에서 가톨릭농민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로 연대해 더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다. 농민들이 정부도, 국회도, 정당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농민들 스스로를 믿는 방법이다. 농민들이 정치를 하는 길이다. 국가와 사회의 주인, 권리와 책임의 주체가 되는 길이다. 농민들 스스로 ‘농민당’을 만들어 국회로 진출해 정부를 감시하고 정권을 견제하는 길이다. 그렇게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정치’를 농민 스스로 나서서 하는 길이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정기석 마을연구소 소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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