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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드 배치의 묵시록 / 곽태환

등록 2016-02-15 20:52수정 2016-02-15 22:01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장거리 로켓(북은 지구관측 위성 ‘광명성 4호’라고 주장) 발사를 2월7일 감행했다. 이에 그동안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를 놓고 3노(NO) 정책(요청·협의·결정 없음)을 고수하던 박근혜 정부는 로켓 발사 후 5시간30분 만에 성급하게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성급한 결정은 한·중 동반자 관계에 균열을 가져왔고, 만약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가 결정되면 한국은 그 대가를 뼈아프게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양의 전략가들이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하여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분열시킬 목적이었다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사드 배치 공식협의 결정을 발표하자마자 중국 외교부는 7일 “류전민 부부장이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긴급히 초치해 공식 항의를 하였고, 중국은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중국 외교부는 따로 한국과 미국 등을 향해 이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드 주한미군기지 배치로 한·미 동맹의 미사일방어체계(MD) 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면 한반도 유사시 한·미 양 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한·미가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보복 능력을 무력화한 뒤 설사 북한이 제2 타격력으로 보복을 감행한다 해도 사드가 방어무기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방어에 대한 자신감이 선제공격의 유혹을 키운다는 점에서 사드는 공격 무기의 성격도 있다. 이는 과거 냉전시대 ‘스타워즈’라고 불렸던 미국의 전략방어구상(SDI)이 방어와 공격 양면을 갖춘 전략무기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을 자신들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의 대북 선제공격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고, 중국의 한반도 정책 3대 원칙(한반도 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한반도의 평화 안정)과도 배치된다. 중국이 사드 주한미군 배치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그밖에 사드의 핵심 장비인 엑스밴드 레이더 장치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지만, 많은 분석가들은 한번도 실전에서 시험을 해본 적이 없는 이 전략무기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불행하게도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해 북한이 남쪽을 향해 200개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했을 때를 가정해보자. 48개의 방어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사드 1개 포대가 어디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한·미 공동으로 북한을 선제공격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전쟁을 할 의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북한 지도자가 자멸을 각오하고 이판사판식의 핵전쟁을 먼저 도발할 수 있을까. 북한은 공격을 당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반복하여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 공동으로 대북 선제공격을 하기 위한 전단계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이렇듯 비용 대비 이익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사드 배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드 배치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 한반도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남과 북은 공멸하게 되고,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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