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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노인복지관을 찾아오는 철새들 / 송장희

등록 2016-02-22 19:24수정 2016-02-23 13:52

정해진 계절이 되면 번식지와 월동지를 찾아 이동하는 새를 철새라고 부른다. 여름철에 찾아와서 가을을 지내는 여름철새, 가을에 찾아와서 봄까지 지내는 겨울철새, 이동 중에 잠시 쉬었다 가는 나그네새, 번식지와 월동지를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떠돌이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출근길에 무심천 하상도로를 지나다 1년 내내 보이던 텃새들과 함께 철마다 다른 철새들을 보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겨울철의 반가운 손님인 겨울철새들과 함께 노인복지관에도 몇년 만에 찾아오는 반가운(?) 철새들이 있다. 바로 선거철이 되면 찾아오는 선거철새들이다. 올해도 곧 있을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자 어김없이 선거철새들이 복지관으로 찾아왔다. 선거철새들은 색깔도 종류도 다양하고 사람에 대한 친근함을 가지고 있으며 가끔씩은 봉사활동까지 자처해 한 철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선거철새들은 여의도로 이동 중에 잠시 복지관에 들른 ‘나그네새’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각 후보 진영에서는 또다시 복지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서비스 중복에 대한 복지 구조조정을 외치던 정부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과연 선거철이 오기는 했는가 보다.

선거를 앞둔 후보들이 들고나오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복지공약들이다. 그런데 후보들이 내놓은 복지공약들은 도로와 하천을 정비한다거나, 복지관이나 경로당 같은 복지시설들을 추가로 더 짓겠다거나 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어쩐지 선심 쓰듯이 겉으로만 빛깔나는 공약들인 것 같아 전혀 새롭다거나 신선하지 않고 식상하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선거철만 되면 똑같이 반복된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치러졌던 2012년에도 무상보육, 무상급식, 노인기초연금 등과 같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포퓰리즘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공약 실행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대립과 극심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약이 수정되고 지금은 너덜너덜하게 상처만 남은 듯하다.

국민의 표를 먹고 사는 선거철새들은 사회복지를 그저 단순한 미덕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회복지는 정의로운 미덕이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적정한 동기에서 비롯되어, 특정한 목적의식 없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때 정의로운 미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복지관을 찾아올 선거철새들이 얻고 싶은 것이 표인지 사람의 마음인지 궁금하다. 사회복지는 정의로운 미덕이기 때문에, 사회복지 공약은 의무감을 가지고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천에 대한 보답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아가 정의를 위반했을 때 처벌이 따를 수 있다는 정도쯤은 알고 있어야겠다.

오늘도 복지관으로 출근하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가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고 선거철에 표를 얻는 포퓰리즘 당근으로 전락한 것 같아 발걸음이 무겁다.

송장희 청주상당노인복지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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