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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세돌과 알파고, 지금과 1년 뒤 / 임백준

등록 2016-02-22 19:26수정 2016-02-23 09:35

구글의 인공지능인 알파고가 바둑기사인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비엠(IBM)의 딥 블루가 러시아의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이 20년 전의 일이다. 1997년 당시만 해도 생각의 가짓수가 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둑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성역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의 물결은 바둑마저 넘보고 있다.

구글은 승부를 50 대 50으로 보고 있고, 이세돌은 이길 자신이 없으면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세돌은 바둑 자체도 강하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변칙적인 수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임기응변이 부족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대결에서 이세돌이 이긴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 알파고가 그를 꺾는 데에는 앞으로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스파로프도 1996년에 딥 블루를 처음 만났을 때는 도전을 물리쳤다. 하지만 1년 뒤에는 혈투 끝에 무릎을 꿇었다. 인간의 능력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면 더 발전하지 못한다. 신체적인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최신 기법으로 무장한 컴퓨터는 철길을 달리는 기관차다. 눈앞에 놓인 것은 오로지 발전뿐이다.

그래서 레이 커즈와일 같은 특이점주의자(Singularitarians)들은 조만간 인공지능이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러한 특이점이 인류에게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더 많다.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컴퓨터의 지능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사람보다 체스나 바둑을 잘 두는 인공지능도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했다. 하지만 그건 부분적이고 기계적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초월은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개념이다. 인간보다 넓고 깊은 사고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은 하등동물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언젠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살과 피가 없는 컴퓨터에 생명을 부여할 것이다.

알파고의 내면은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낸 신경망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가 몇 개의 단계로 구분되어 있는 알고리즘을 거치면서 필요한 답으로 수렴된다. 시행착오와 실수를 겪으면서 사고능력을 발전시킨다는 점에 있어서 인간과 닮았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알파고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딥러닝이 패턴을 인식하거나 대규모 연산이 하나의 답으로 수렴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더 발전한 지능을 만들어내는 특이점 이후의 세계가 되면 인간은 컴퓨터의 내면을 더욱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점점 인공지능의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는 택시에 몸을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안하지만 안락하고, 내리고 싶지만 내릴 곳이 없는, 낯선 여행이 될 것이다.
임백준
임백준

과거에 박치문의 기보 해설을 즐겨 읽었다. 인간의 심리를 주된 양념으로 삼던 그가 알파고를 어떻게 묘사할지 궁금하다. 배짱과 패기 혹은 평정심 같은 심리적인 요인은 실제로 정상급 바둑기사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세돌이 다른 기사들을 이기는 데에는 심리적으로 강하다는 이유가 있다. 승리를 자신하는 그는 알파고가 심리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계산에 넣은 것일까. 3월에 열리는 시합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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