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난도질 수준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비판은 도를 지나쳤다. 비판의 차원을 넘어 악의까지 느껴진다. 강대국의 대사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문제는 비판 대상에 따른 차별이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했다는 추 대사의 발언 요지는 ‘사드 문제가 중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한다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노력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고, 그리되면 양국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사절인 일국의 대사가 하필 야당 대표를 찾아간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발언을 두고 ‘협박’ 운운하는 것 역시 지나친 과장이고 이웃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사안은 중국이 안보 차원에서 가장 위협적으로 느끼는 현안이다. 안보에 관한 한 과민한 반응이든 정당한 반응이든 당사국의 반응은 존중되어야 하고 자국의 안보 위협에 대한 다소 거칠고 과잉된 반응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 역시 안보 문제라면 국익을 내세우며 “양보 불가”를 외친다. 어느 나라든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힘이 들어간다. 사실 추 대사의 발언은 다른 각도에서 생각한다면 주재국과 자국의 관계 악화를 염려한 주재국 최고 외교사절로서의 고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지난번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경우, 우리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한-일 간의 역사 문제에 대해 충고를 한답시고 아베 정부와 일본을 두둔하는 망언으로 한국 지도층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해치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그때 보수언론의 반응은 미국에 대한 비판보다는 자책 수준이었다. 만약 중국대사의 발언 수위가 그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어느 보수 언론인은 자신의 칼럼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비교하면서 그의 현재 입지가 자신의 능력보다는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라는 식으로 남의 나라 원수를 조롱했다. 이는 마치 <산케이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조롱 기사를 연상시킨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추 대사의 발언이 한-미 관계를 이간질시키는 발언이라 나무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야말로 사실 왜곡과 과장으로 한국과 중국을 이간질하면서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 될 한-중 관계를 훼손하지 못해 안달이다.
이들은 중국에 비해 대한민국에서 그 이해관계가 과잉 대표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에 지나치게 편향적이다. 어떤 때 이들의 논조를 보면 자신들을 한국 언론인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언론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해서 중국 관련 사안에는 사사건건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하듯 항상 훈계조다.
중국에 대한 보수 언론이나 보수 지도층의 행태를 보면 신흥강국 청나라에 대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강경책으로 일관하다가 왜란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백성들에게 전란의 큰 재앙을 안긴 병자호란 당시의 무모하고 무능한 조선왕조 지배층의 행태가 연상된다.
오정택 한중친선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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