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식품회사 네슬레가 노예 수준의 노동으로 생산된 커피 농장의 원두를 구입한 사실이 보도됐다.(<한겨레> 3월4일치) 2012년에는 네슬레가 코코아를 납품받는 코트디부아르 농장에서 아동노동이 성행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 기업들이 노동 착취로 원료를 생산하는 일이 도마에 오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사에 따르면 브라질 커피 농장에서 노동자들은 노예 수준으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맹독성 농약을 사용하는 농장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이 일했다. 급료도 제때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노동자 중 청소년도 포함돼 있어 논란을 키웠다. 이에 네슬레는 “우리는 노동권 침해를 용납하지 않는다”면서도 “브라질에서 강제 노동은 만연해 있다”며 인권 침해 이슈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세계적 기업들이 노동 착취를 통해 원료를 생산하는 일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듯이 논란이 터질 때마다 기업의 대응 방식도 똑같이 반복된다. 지난 2012년 미국 노동감시단체 공정노동협회(FLA)는 네슬레가 코코아를 납품받는 코트디부아르 농장에서 아동노동이 성행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네슬레는 당시 “구매품의 원산지 완전 증명과 평가를 도입하겠다”며 위기를 모면했고, 노예 노동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코트디부아르에 돌아갔다.
네슬레의 노동 착취에 대한 ‘모르쇠’ 태도는 올 초 다시 가시화됐다. 네슬레가 코코아 농장의 어린이 노예 문제로 제기된 소송에 대해 각하 청구를 했다가 기각된 것이다. 대기업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노동 착취는 기업의 책임이 아니다”, “농장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는 식의 수세적인 태도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대중의 대표적인 기호품으로 자리잡은 초콜릿, 커피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들은 인권, 환경, 사회적 이슈에 노출돼 있다. 국내 기업들도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매번 도마에 오르는 노동 착취, 아동 노예 노동 근절에 대한 기업의 의지는 미약해 보인다. 물론 이들 기업은 세계 시민단체들로부터 감시를 받고,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자정 노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향미가 일품인 커피, 달콤한 초콜릿의 이면에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인권 침해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세계적 기업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권 보호가 지켜지지 않을 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아동 노예 노동 금지 등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공정무역단체들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기반해 커피와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다. 매번 반복되지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해결책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방연주 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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