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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제민주화’가 성공하려면

등록 2016-03-09 19:47수정 2016-03-10 11:39

서울시가 경제민주화를 본격 추진한다. 지방정부라는 한계가 있지만 주어진 권한과 수단을 동원해 경제민주화를 경제활동 현장에서 실현하겠다는 의지이다. 가장 가까이에서 시민의 삶을 보살피는 지방정부가 특별히 나선다니 기대가 자못 크다.

서울시는 상생경제, 공정경제, 노동권 보장을 3대 축으로 16개의 대상별 실천과제를 추진한다. 먼저, 서울시는 상생경제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노력이 지역산업생태계로 퍼지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상권의 활성화, 균형 있는 유통산업 발전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경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등 다수의 경제적 약자들이 겪는 불공정과 불균형을 제거하는 것이 목표다. 갑의 횡포를 규제하고 을의 피해를 구제하는 법제도와 관행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노동권 보장을 위해 성별·나이·고용상의 지위 등에 따른 차별을 해소해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고, 일자리의 질을 높여 서울시민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주체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과거는 물론 현재도 한국 경제에서 서울시가 차지하는 지위와 비중, 그리고 그 상징성은 비할 바 없이 크다. 서울시는 2014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2.6%, 국내 연구개발(R&D) 인력의 25.7%, 벤처기업의 21.8%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추진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우리를 포위한 대내외의 위기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이것이 다시 전국으로 퍼진다면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 중앙정부가 안 한다고 모두 손 놓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순간을 맞을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특별히 서울시에 주문할 것이 있다. 바로 청년 일자리 문제다. 2014년 서울시의 청년 고용률은 43.7%로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하락했다. 청년실업률은 10.3%로 2013년 대비 20.5%나 증가해, 2000년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낮은 임금과 불안정 고용으로 미래의 삶을 설계할 수 없는 실질적 실업 상태의 청년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서울시의 계획에는 청년층 신용회복 지원자금의 한도와 규모를 늘리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서울시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활성화 정책이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이와 관련해서 ‘중소기업 인재양성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중소기업 인재양성센터는 현재 국책연구소가 시행하는 제도로, 이곳에서 청년을 고용해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담당하게 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청년들이 공공부문을 선호하는 현실을 고려해, 공공부문이 앞장서 중소기업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의 재화조달에서 중소기업 직접발주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 중소기업의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문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서울시의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앞에는 경제민주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강고한 사회 구조의 벽이 존재한다. 이미 경제영역의 불공정·불평등이 정치와 문화, 교육, 언론 등 모든 분야를 왜곡시키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경제민주화 추진이 ‘서울’의 지역적 한계와 ‘경제’란 영역적 구분을 넘어 총체적인 사회 변혁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지표 중심보다는 세심하고 실사구시적인 접근으로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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