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27일 마지막 사법시험 1차 시험이 시행되었으나, 법무부의 뒤늦은 사시 폐지 유예 발표로 ‘사시 존치’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다. 사시 존치와 폐지를 주장하는 양쪽은 이성적인 논의보다는 각자 일방적인 주장만 하며 극단적으로 대치해왔다. 그러나 양쪽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은 분명히 존재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자문위원회’가 구성된 것을 계기로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는 사시 존치에는 반대한다. 사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제도이므로 법조인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로 남겨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사시는 형식적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없다. 사시의 경쟁률과 문턱이 너무 높고 사시 준비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기에 현실적으로 서민과 사회·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만약 사시가 존치되면 부모의 지원을 받는 명문대생의 법조인 ‘패스트트랙’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 기회균등은 오히려 특별전형을 통해 매년 100여명의 사회·경제적 약자를 선발하는 로스쿨 제도에서 실현될 수 있다.
또한 사시가 존치되면 우수인재들의 블랙홀로 작용하여 이제야 겨우 정상화된 대학 교육도 다시 황폐화될 것이고, 이는 국가적 차원의 균형적인 인재 수급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시 체제가 이젠 역사적 기능을 다했다는 것이다. 사시는 법률지식을 반복적으로 암기하여 이를 제한된 시간 안에 평가하는 시험으로,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에 부적합하다. 반면 로스쿨 제도는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사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열린 체제로서 법조계의 새로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물론 로스쿨 제도에도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로스쿨 입학전형요소 중에서 정량요소는 학점·어학성적·법학적성시험(리트)점수인데, 이는 지원자의 경제적 수준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로 인해 ‘소외’되는 집단이 발생한다. 아르바이트하느라 학점이 낮은 지원자, 돈이 없어서 어학공부를 못한 지원자, 회사 다니느라 리트 공부를 못한 지원자는 로스쿨 입시에서 손해를 본다. 로스쿨 입시가 성실하게 학업에 매진해온 학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늦게 공부에 눈뜬 지원자에게도 불리하다.
이러한 문제는 로스쿨 입시에서 ‘형식적 공정성’을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로스쿨 입시에 대학 입시의 ‘정시’ 개념을 도입하여 로스쿨 정원의 20% 정도를 사법시험 1차와 유사한 형태로 공법·민법·형법 시험을 통해 선발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선발된 학생을 각 로스쿨 2학년에 편입시켜 교육하면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이 방안은 로스쿨 입학시험이 사법시험 1차와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에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모두 구제가 가능하고, 법과대학과 로스쿨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끝으로 필자가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 시험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필자도 사시 출신 법조인이지만, 합격을 기약할 수 없는 시험을 위해 다시 오지 않을 청춘을 포기하고 고시원에서 보내야 했다. 로스쿨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라는 것에 존재 의의가 있다. 청춘을 판돈으로 도박하는 것과 같은 사시는 후세에 물려줘서는 안 된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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