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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야권의 치킨게임을 대하는 유권자의 태도 / 손용진

등록 2016-03-31 19:26수정 2016-03-31 19:55

총선이 2주 남았는데, 야권은 계속해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누구도 이 치킨게임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야권, 정확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전략은 ‘올디(all-defect)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올디란 ‘죄수의 딜레마’ 관계에서 오로지 배반만을 계속하는 전략이다. 한쪽이 올디를 전략으로 채택할 때, 반대쪽에서 다른 전략은 불가능하다. 자기만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올디 전략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로 주고받는 배반 속에서, 치킨게임은 계속된다.

죄수의 딜레마 관계에서 최선은 팃포탯(tit for tat) 전략이다. 상대의 협조에는 나도 협조하고, 상대의 배반에는 나도 배반하는 것이다. 팃포탯은 상대에게 ‘내가 협력하면 상대도 나에게 협력할 것’이라는 ‘희망’을, ‘내가 배반하면 상대도 나를 배반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동시에 준다. 반면 올디는 ‘상대는 나에게 어떤 경우에도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을 하게 하며, ‘항상 협력만 하는 착한 전략’은 역설적으로 상대가 나를 이용하고 싶게끔 유혹한다.

한편,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뿐 아니라 ‘정당’과 그 ‘지지층’ 사이에도 죄수의 딜레마 관계가 있다. 정당은 지지층 확대를 위해 기존 지지층의 기대를 배반하고 흔히 중도화 전략을 편다. 유권자는 대안이 있다면 자신의 이해를 정치에 더 잘 반영하기 위해 언제든 기존의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정치 현실에서는 소선거구제 때문에 야권 지지층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으며, 야권(대체로 민주당)은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거의 배타적인 지지를 받았다.

사실 지금 야당들의 이전투구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야권 지지자들의 배타적 지지, 즉 ‘항상 협력만 하는 전략’이 있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는 어떤 경우에도 제2정당의 지위를 잃을 일이 없었고, 그래서 서로 치킨게임을 벌이면서도 위기의식이 약한 것이다.

지금 양당 간의 치킨게임은 국민, 지지층을 상대로 한 치킨게임이기도 하다. 비여당 성향 국민, 야권 지지층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기 때문인데, 하지만 두 당의 올디 전략은 국민이 정치에 ‘비관’하도록 한다.

두 당을 치킨게임에서, 국민을 비관에서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두 당에 보수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국민은 각 정당에 대해 협력에는 보상을, 배반에는 징벌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나의 한 표는 먼저 양보하는 정당에 줄 것임을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유권자의 힘이 모이면 협력이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손용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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