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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원전 성과주의는 재앙을 부른다 / 박학기

등록 2016-04-21 19:40수정 2016-04-21 19:40

원전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국내 원전 후속조치에만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보강하였다. 원전의 안전성은 첫째 원전 연료의 핵적 특성에 기반한 노심의 고유 안전성. 둘째, 다중성과 다양성 등이 고려된 안전설비의 설계와 고품질 시공. 셋째, 원전 운영에 관련한 각종 매뉴얼, 절차서 등 정교한 운영체계와 수준 높은 기술력. 마지막으로 항상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사고와 조직관행인 안전문화의 확립이다.

이 중 종사자들의 기술력과 안전문화 내재화 정도를 평가하는 건 좀 어려운 문제이나 원전의 고장 건수, 이용률 등 각종 지표와 청렴도 평가 등의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 가능하다.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을 염두에 두는 사고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 복잡하고 거대한 원전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전 종사자들이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데 장애가 생기고, 만성적인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동료 및 부서 간의 협력과 소통에 문제가 야기된다면 과연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 1월22일, 공정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라고 명명된 2대 지침을 발표했다. 이어 2월25일 정부주관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도입에 따른 인센티브와 미도입 기관에 대한 페널티를 공개하였다. 주된 내용은 성과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도록 설계하는 성과연봉제 시행과 저성과자는 해고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상반기 중에 모든 공기업이 도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원전 종사자도 예외가 아니다.

원전 안전성과 성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안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직원 간의 협력과 정보공유, 선배로부터 노하우와 고급기술을 전수받는 모든 소통구조가 단절되고 줄서기 문화가 횡행할 것이다. 종사자의 기술력은 갈수록 저하될 것이 예상되며, 상사의 부당한 지시라도 거부하기 어렵고 내부감시자의 역할은 사라지게 될 뿐 아니라 비리와 비위는 더욱 깊숙이 음성화될 것이다. 원전 종사자들은 방사선에 노출된 원전에 근무하는 것 자체가 긴장의 연속이다. 성과주의에 따른 추가적인 스트레스는 심신의 안정을 해치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원전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원전 종사자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철저한 안전의식과 수준 높은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적인 안전문화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원전 안전성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원전은 가능한 한 더 많은 안전을 보강하는 방안과 활동이 요구된다. 정부의 방침은 한마디로 안전성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만약 국내 원전이 어느 날 상상하기 싫은 사고에 직면했을 때 그 첫 번째 책임자는 바로 정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즉각 성과 중심의 임금 및 인사제도를 중단해야 한다.

박학기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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