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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흡연 경고그림이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 조홍준

등록 2016-04-25 19:14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4월22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심의하면서 올해 12월23일부터 담뱃갑에 부착될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상단에 배치하지 못하도록 결정하였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위치를 담배회사가 자율적으로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경고그림을 도입한 101개국 중 71개국은 이를 상단에 배치하고 있다. 규개위의 결정이 확정된다면 대부분의 담배회사는 경고그림을 담뱃갑의 하단에 배치할 것이고, 담배 진열대의 하단을 판으로 덮어서 담배 경고그림이 보이지 않게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고그림 도입의 효과가 크게 훼손된다.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담배회사가 담뱃갑을 광고 수단, 즉 비흡연자를 유혹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경고그림을 통해서 담배의 브랜드보다는 경고그림을 먼저 보게 해서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 담배의 해로움을 제대로 깨닫도록 하자는 것이다. 경고그림의 도입은 편의점 담배 진열대가 담배의 광고수단이 아니라 담배의 해로움을 제대로 알려주는 금연 홍보판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경고그림을 담뱃갑 하단에 배치하면 이런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

일부 규개위원과 담배업계는 경고그림이 너무 혐오스러워 담배판매자나 어린이의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주장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 경고그림은 이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네팔, 인도 등 개발도상국까지 도입하고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경고그림을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고그림 도입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대다수에게 지지를 받는다. 그런데 이런 근거도 없는 구차한 이유를 들어 경고그림의 효과를 사실상 없애버리는 결정을 하는 규개위는 과연 왜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담배는 아주 특별한 물건이다. 그래서 담배에 대한 규제도 다른 어떤 물건에 대한 규제보다 예외적으로 강력하다.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유엔에 의해 만들어진 국제조약인 담배규제기본협약과 가이드라인에 아주 상세히 규정되어 있다. 경고그림은 담뱃갑의 상단에 배치하라는 내용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규개위는 이번 심의과정에서 국제조약을 위반하는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나라가 2005년에 비준해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제5조 3항은, 정부가 담배규제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담배업계를 완전히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규개위는 담배제조회사가 모인 단체인 한국담배협회와 한국담배판매인회 중앙회 대표를 심의과정에 참여시켰다. 이는 명백한 국제조약 위반 행위이며 국내외적인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규제개혁은 규제를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니고, 옳은 규제는 강화하고 잘못된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국민 건강보다 담배업계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규제개혁은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규개위는 경고그림의 배치를 담배회사 자율로 하라는 잘못된 결정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 대한금연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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