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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갑질에 침몰하는 피자헛 가맹점주들 / 정재안

등록 2016-05-26 19:59수정 2016-05-26 22:45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국 피자헛 본사 앞에서 전국을본부, 가맹점주연석회의, 대한외식업프랜차이즈협회, 민변, 시민사회 등이 함께 농성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와 상생방안 불이행을 규탄하며 가맹계약 해지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냈다.

피자헛은 미국 글로벌기업인 ‘염’(YUM)의 소유로 국내에는 유한회사로 등록해 외부감사도 받지 않고 재무제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4년 한 해만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한국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도록 매년 100억원이 넘는 돈을 미국 본사로 가져가면서도, 한국 피자헛에는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맹점은 전국적으로 340개에 이르며,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몇천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한국 피자헛 본사는 수년간 과도한 할인 위주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는 모든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겨서 매장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왔다. 한 예로 2012~2014년 가맹점주의 어떠한 동의도 없이 프리미엄 피자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프로모션을 일방적으로 진행하였고, 결과적으로 본사의 매출은 12% 가까이 상승한 반면 점주들은 매출이 줄어 생업을 영속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2014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였지만, 공정위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불공정거래 조사에 직면하게 되자 본사는 면피용으로 가맹점주들과 조급히 상생방안협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상생협약에 상생의 내용은 없었고, 오히려 본사는 지난 3월11일 소프트론칭을 시작으로 3월18일부터 그랜드론칭 일정으로 트리플박스 제품을 출시하였다. 기존 제품 세 개를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정상가격이면 5만5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약 52%의 할인율을 적용해 2만8천원대에 출시했다. 이렇게 과도한 할인으로 인해 가맹점은 수익을 전혀 낼 수 없게 됐지만 본사는 매출 증가로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게 되었다. 이것은 남양유업 사태와 마찬가지로 ‘갑’이 ‘을’들에게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밀어내는 전형적인 ‘갑질’의 행태다.

본사는 이런 불공정한 횡포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가맹점주들을 다시 괴롭히고 있다. 예를 들어 결제시스템(POS) 접속과 전화 주문 차단, 인터넷 주문 차단, 치즈 및 포장재 등 필수 원자재 공급 지연 및 미공급 등으로 특정 점주들을 압박한다. 이로 인해 경영이 더욱 어려워진 점주들은 원자재 물품대금을 제때 본사에 낼 수 없게 되는데, 본사는 그것을 이유로 가맹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가맹점주들은 오늘도 새벽부터 자정까지,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전 재산을 털어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빚더미에 월말이면 카드깡으로 물품대금을 충당하느라 가정은 파탄지경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 자영업 ‘을’들의 슬픈 현실이다.

정재안 전국고물상연합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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