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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포기할 수 없는 ‘보통의 삶’ / 김동주

등록 2016-08-15 18:03수정 2016-08-15 18:53

김동주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팀장

2016년 3월13일 23시50분. 결혼 1주년 기념일을 불과 10여분 남겨두고 요르단행 비행기에 올랐다. 시리아 내전 발발 5주년을 맞아, 요르단 난민촌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난민들의 삶은 뉴스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단했다. 내전 중에 다리에 총상을 입어 구호물자에 의존해 삶을 꾸려가는 가장과 그의 가족들, 내전으로 아빠를 잃고 카페에서 매일 새벽 일해 번 돈으로 5명의 형제들과 엄마를 돌보는 열세살 가장. 이들의 고단한 삶 앞에 출장의 피로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느새 잊혀졌다.

분쟁 속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아픔은 늘 내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고개 숙여 눈물만 흘리던 반군 성폭력 피해 여성, 아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 목메어 울던 난민촌의 엄마, 영양실조와 말라리아로 힘겹게 숨을 내뱉던 아이,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 인도주의 활동가로서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 나와 같은 처지의 활동가들은 공감할 것이다.

지난 10년간 200만명의 아이들이 분쟁과 내전으로 목숨을 잃었고, 600만명의 아이들이 부상을 입거나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약 10억명의 아이들이 분쟁 속에 살아가고 있다. 분쟁이 없는 삶,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본 적 없는 아이들에 대해 우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분쟁의 상황을 벗어나는 것을 넘어 분쟁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하지만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계속되는 테러와 무력충돌은 이러한 희망을 짓밟는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분쟁과 내전의 그늘 속 주민들을 위해 전세계 수많은 인도주의 활동가들이 보이지 않게 일하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월드비전도 주요 분쟁국의 아동과 주민들을 돕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등 가장 취약한 아동과 주민들을 돕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8월19일은 2003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은 인도주의 활동가 22명을 기리는 세계인도주의의 날이다.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당연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이 이렇게 위험하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기에도 벅찬 현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일상을 누려보지 못한 전세계 10억명의 아이들이 보통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억하고 조금씩 책임을 나눠 갖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세계인도주의의 날 하루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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