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책 생태계 침식시키는 도서관의 책 기증 운동’이란 칼럼(<한겨레> 8월12일치 ‘책과 생각’ 섹션)에서 도서관이 장서를 확충하기 위해 책 기증 운동을 벌이는 것이 책 생태계의 고사를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서관이 헌책을 다시 돌려봄으로써 새 책을 덜 사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또는 그래서 더 사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하는 출판계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기증되는 책의 상당 부분은 발행된 지 3년에서 5년 이상 된 이미 절판된 것들이다. 기증 도서 때문에 사서들이 자료구입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해 기증받은 46만여건의 자료 중에서 책은 15만5천여권이다. 보통은 11만권 안팎이다. 정리가 끝난 9만3천여권 중 2만여권이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로 등록되었고, 기증자의 양해를 받아 3만5천여권이 디지털화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3만3천여권이 지역아동센터나 병영도서관 등 정보소외지역 도서관 또는 외국의 한국학연구소 등에 재기증되었다. 사서나 담당자가 직접 필요한 자료를 뽑아 가므로 이용자 맞춤형 장서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고도 남는 자료는 폐기된다. 기증 도서는 지금은 많이 사라진 헌책방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선배가 입던 교복과 교과서를 후배가 물려받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다. 책이 다르다는 얘기는 생소하다. 오히려 출판계도 이러한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출판계는 지난해 한국도서관협회에 책 17만5천여권을 기증했다. 이 책들은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재기증되고 있다. 국군문화진흥원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병영도서관을 돕기 위해 해마다 35만권에서 40만권의 책을 기증한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도서관의 기증도서 사업이 한번 팔린 책을 모으는 것이라면 이 책들은 한 번도 팔린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2002년 미국에서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소비자가 헌책도 살 수 있도록 메뉴를 개편하자 미국작가협회는 이에 반대하는 공개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그 주장을 접고 말았다. 새 책이든 헌책이든 처분을 어떻게 할지는 그 책을 소유한 사람의 몫이고, 저자든 출판사든 이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책 동냥’이라거나 ‘생각 없는 기증운동’이라는 표현에 담긴 묵직한 거부감을 이해한다. 하지만 출판계와 도서관은 늘 상생의 고리를 만들어왔다. 2014년에 도서정가제를 확대할 때에도 그랬다. 도서관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 도서관의 자료구입비가 20~30%나 삭감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도서관계는 출판 생태계 복원이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수용했다. 도서관이 출판과 한배를 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전자책과 관련해서 우리는 한 번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출판계와 도서관은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택은 소비자와 이용자가 한다.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책 생태계 침식시키는 도서관의 책 기증 운동’이란 칼럼(<한겨레> 8월12일치 ‘책과 생각’ 섹션)에서 도서관이 장서를 확충하기 위해 책 기증 운동을 벌이는 것이 책 생태계의 고사를 재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서관이 헌책을 다시 돌려봄으로써 새 책을 덜 사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또는 그래서 더 사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이 아닌가를 걱정하는 출판계의 심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다. 기증되는 책의 상당 부분은 발행된 지 3년에서 5년 이상 된 이미 절판된 것들이다. 기증 도서 때문에 사서들이 자료구입비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지난해 기증받은 46만여건의 자료 중에서 책은 15만5천여권이다. 보통은 11만권 안팎이다. 정리가 끝난 9만3천여권 중 2만여권이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로 등록되었고, 기증자의 양해를 받아 3만5천여권이 디지털화에 사용되었다. 그리고 3만3천여권이 지역아동센터나 병영도서관 등 정보소외지역 도서관 또는 외국의 한국학연구소 등에 재기증되었다. 사서나 담당자가 직접 필요한 자료를 뽑아 가므로 이용자 맞춤형 장서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고도 남는 자료는 폐기된다. 기증 도서는 지금은 많이 사라진 헌책방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선배가 입던 교복과 교과서를 후배가 물려받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있다. 책이 다르다는 얘기는 생소하다. 오히려 출판계도 이러한 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출판계는 지난해 한국도서관협회에 책 17만5천여권을 기증했다. 이 책들은 현재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재기증되고 있다. 국군문화진흥원에도 책을 필요로 하는 병영도서관을 돕기 위해 해마다 35만권에서 40만권의 책을 기증한다고 한다. 차이가 있다면 도서관의 기증도서 사업이 한번 팔린 책을 모으는 것이라면 이 책들은 한 번도 팔린 적이 없다는 것뿐이다. 2002년 미국에서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소비자가 헌책도 살 수 있도록 메뉴를 개편하자 미국작가협회는 이에 반대하는 공개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내 그 주장을 접고 말았다. 새 책이든 헌책이든 처분을 어떻게 할지는 그 책을 소유한 사람의 몫이고, 저자든 출판사든 이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책 동냥’이라거나 ‘생각 없는 기증운동’이라는 표현에 담긴 묵직한 거부감을 이해한다. 하지만 출판계와 도서관은 늘 상생의 고리를 만들어왔다. 2014년에 도서정가제를 확대할 때에도 그랬다. 도서관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 도서관의 자료구입비가 20~30%나 삭감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예견되었다. 그러나 도서관계는 출판 생태계 복원이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수용했다. 도서관이 출판과 한배를 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전자책과 관련해서 우리는 한 번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출판계와 도서관은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택은 소비자와 이용자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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