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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비판의 자유와 열린 사회 / 김영윤

등록 2016-08-29 18:28수정 2016-08-29 19:13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인신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외교정책을 실패라고 언급한 것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로 몰고, 그것도 모자라 ‘종북의 앞잡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된다. 여론을 부채질하는 보수 신문에 편승한 얼굴 없는 익명자들은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온갖 악담으로 온라인을 도배질하고 있다.

정세현 전 장관의 발언은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개인을 상대로 욕을 한 것이 아니다. 민주시민으로서 당당히 할 수 있는 견해의 표출이다. 그가 비판한 내용을 한번 보라. 국제정치 전문가이자 국정 운영에서 얻은 사고와 경험이 담겨 있다. 그의 생각이 자유 없이 존재할 수 없듯이, 그의 비판도 자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비판은 비난과는 다르다. 비판한다는 것은 어떤 주장이 올바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남의 잘못이나 결점을 책잡아서 나쁘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이 존재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장과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구분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강해야 한다. 그리고 폭넓게 수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익의 증진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비판을 통해서만 자기 오류를 시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잘못을 바로잡는 유일한 수단이 비판이다. 물론, 비판이 잘못될 수도 있다. 이 또한 그에 반대되는 다른 비판에 의해 자기 시정의 길을 갈 수 있다. 권력자의 횡포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도 모두 비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라,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주로 권력자들이지 않은가. 권력자들은 공개적인 비판이 없으면 시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시정이 없는 사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사회의 발전은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의 여부에 달려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열린 사회’로 가야 한다. 닫힌 사회는 규제만 있을 뿐이다. 그런 사회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국가가 내리는 답만이 정답이 된다. 개인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가 열린 사회다.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며, 그 토론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다. 열린 사회에서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확보될 수 있다. 자유란 다수와 의견을 달리해도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권리는 자신의 지배자를 비판할 수 있는 힘이다. 스스로의 이성에 입각해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회가 열린 사회다. 포퍼는 이와 같은 열린 사회가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사회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경직될 수 없을 만큼 경직되어 있다. 이성을 거의 잃은 상태다. 많은 것이 온당치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아무도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바로 “종북”으로 매도되어 증오의 대상이 된다. 이래서는 안 된다. 비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없으면 한국은 죽은 사회다. 소수에게만 자유로운 대한민국, 근거 없는 강요와 억압만이 횡행하는 사회가 과연 올바른 사회인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으라는 절규다. 그것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치러야 할 필연적인 대가인 것을 왜 모르는가? 못나고 추접스럽다. 그 찌질함에 오히려 서글퍼진다. 정세현 전 장관에 대한 인식공격을 당장 거두라. 그의 비판을 “나와 당신이 함께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보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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