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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선거제도 개혁 지금이 기회 / 김용희

등록 2016-09-05 18:47수정 2016-09-05 19:02

김용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얼마 전, 리우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아이오시) 선수위원에 당선된 유승민 전 탁구선수는 25일간 매일 15시간씩 선수 2만여명을 만났다고 한다. 오직 아이오시에서 허락한 책자 한 권만 손에 쥔 채로. 다른 홍보물이나 선물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는 “아이오시 규정상 인터뷰는 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선거운동이 제한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진가 보다. 그런데 아이오시에서 정한 선거운동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명료해 보인다. 한국 선거는 어떠한가. 출마를 결정한 사람은 행사 참석에서 명함에 넣을 내용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해야 한다. 유권자는 투표인증 샷으로 브이(V)자 손가락 모양을 한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려도 되는지 선관위에 물어봐야 안심이 된다. 현실과 동떨어져 선거운동을 이중 삼중으로 제한하는 복잡한 규정 탓이다.

내년 12월 대통령선거는 직선제 도입 30년 되는 해에 열린다. 그동안 정치관계법은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국민의 참여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의식 수준은 저만치 높아졌는데, 정치관계법은 여전히 규제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대법원도 사전 선거운동으로 제한하던 선거인과 정치인 사이의 소통을 대폭 허용하는 취지로 기존 판례를 변경하였다. 이제 정치관계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불합리한 제도는 과감히 고쳐가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8월25일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먼저,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하였다. 선거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말로 하는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유권자도 지지 후보자의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구호가 새겨진 옷을 입고 힐러리와 트럼프를 응원하는 미국 유권자처럼 말이다.

선거권 연령도 만 19살에서 18살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나라 중 한국만 19살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10대들이 16살 이상에게 투표권을 달라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고령층 인구 비율과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정작 미래를 살게 될 젊은층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고령화 속도 세계 1위를 달리는 한국도 머지않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후보자 등록이 마감된 뒤에는 후보자 사퇴를 금지하도록 하였다. 사전투표를 한 후에 후보자가 사퇴하면, 무효표가 다수 발생하여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 유권자는 투표한 순간부터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의 당선을 기대하고 믿고 있다. 그 기대와 신뢰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

국회에는 급한 민생 현안이 산재하고, 대선은 멀었는데 벌써 선거제도를 논하느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은 바쁘다. 4월에 재보궐선거가 있다. 이후, 정당은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에 들어간다. 축구 경기가 한창인데, 선수를 붙잡고 규칙을 바꾸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미 우리는 지난 2월 말 선거구 획정을 하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는가. 바로 지금, 정치관계법 개정을 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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