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혜
용산구 신창동 서울 구기동에 청사를 두고 있는 이북5도청이라는 기관이 있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북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설치된 지방행정기관이다. 이북 지역의 행정을 관리하기 위해 도청 격의 기관을 설치한 것인데, 정확한 명칭은 이북5도위원회다. 도지사는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경유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북5도지사가 관할 행정구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별정직 공직자로, 정해진 임기는 없으며,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사무실은 물론 비서 2명, 운전기사, 관용차 등이 제공되고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도 쓸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비용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지사뿐 아니라 이북5도의 명예 시장, 명예 군수도 있고, 명예 읍·면·동장도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역시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올해 6월 20대 명예 시장·군수가 새로 위촉되었다. 규정상 ‘해당 이북5도 등의 시·군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는 사람으로서 학식과 덕망을 겸비하고 통일 과업에 열성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이북5도 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도록 되어 있는데, 갑자기 규정과 동떨어진 ‘탈북민’이 함경북도 부령군 군수로 위촉되었다. 선발 기준과 심사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고, 회령군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함경북도 부령군 군민회는 이북5도청의 부당한 인사에 즉각 반발하여 자격 없는 탈북민 명예 군수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부령군민회로 함경북도 도지사 명의의 공식 입장이 통보되었다. 놀랍게도 그 내용은, 기존 실향민은 고령화 등으로 ‘통일 선도 세력으로서의 활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현재 약 3만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국가적인 기대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탈주민의 통일 자원화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니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이북 지역에 시장·군수를 두는 이유는 ‘실지 회복을 통한 통일 의지를 고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도 했다. 오매불망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려온 실향민과 어떤 이유에서든지 고향을 버리고 떠나온 탈북민은 그 처지도 다르고 고향에 대한 감정도 다르지만, 그동안 800만 실향민 사회는 아무 조건 없이 탈북민 포용에 노력해왔다. 그런데 실향민 지원을 표방해온 이북5도청이 정책적으로 탈북민을 우대하고 실향민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실향민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북5도청이 통일 이후를 대비한 행정기관 정도의 역할을 넘어서 ‘실지 회복’ 추진에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800만 실향민 사회가 지금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향민 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무리하게 강행된 탈북민 인사 조처가 계획적으로 추진된 정부 정책의 일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실향민의 통일 염원을 밀어낸 자리에 여러 가지 이유로 고향을 등진 북한이탈주민의 반북 의식을 통일의 동력으로 채워 넣으려 한다는 점에서 통일 정책의 근본적인 훼손을 우려하게 한다. 실향민 군수를 탈북민 군수로 물갈이한 것은 민족적 합의이자 헌법 정신인 평화 통일의 대원칙이 상대를 적대시하는 흡수 통일 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래도 되는가? 국민적 합의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가의 통일 정책이 바뀌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이북5도청이 국민의 동의 없이 북한이탈주민의 활동 근거지로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함경북도청은 군수에 이어 부령군의 명예 읍·면·동장도 탈북민으로 채워 넣었다. 분단 역사의 피해자이자 그 누구보다도 통일을 염원하는 실향민들을 하차시킨 통일 기차는 이제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
용산구 신창동 서울 구기동에 청사를 두고 있는 이북5도청이라는 기관이 있다.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북5도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하여 설치된 지방행정기관이다. 이북 지역의 행정을 관리하기 위해 도청 격의 기관을 설치한 것인데, 정확한 명칭은 이북5도위원회다. 도지사는 행정자치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경유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북5도지사가 관할 행정구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별정직 공직자로, 정해진 임기는 없으며, 연봉은 1억원이 넘는다. 사무실은 물론 비서 2명, 운전기사, 관용차 등이 제공되고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도 쓸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비용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도지사뿐 아니라 이북5도의 명예 시장, 명예 군수도 있고, 명예 읍·면·동장도 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역시 모두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올해 6월 20대 명예 시장·군수가 새로 위촉되었다. 규정상 ‘해당 이북5도 등의 시·군 출신이거나 연고가 있는 사람으로서 학식과 덕망을 겸비하고 통일 과업에 열성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이북5도 도지사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도록 되어 있는데, 갑자기 규정과 동떨어진 ‘탈북민’이 함경북도 부령군 군수로 위촉되었다. 선발 기준과 심사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고, 회령군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함경북도 부령군 군민회는 이북5도청의 부당한 인사에 즉각 반발하여 자격 없는 탈북민 명예 군수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부령군민회로 함경북도 도지사 명의의 공식 입장이 통보되었다. 놀랍게도 그 내용은, 기존 실향민은 고령화 등으로 ‘통일 선도 세력으로서의 활력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현재 약 3만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어 ‘국가적인 기대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이탈주민의 통일 자원화는 ‘대통령 지시 사항’이니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이었다. 이북 지역에 시장·군수를 두는 이유는 ‘실지 회복을 통한 통일 의지를 고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도 했다. 오매불망 고향에 돌아갈 날만을 기다려온 실향민과 어떤 이유에서든지 고향을 버리고 떠나온 탈북민은 그 처지도 다르고 고향에 대한 감정도 다르지만, 그동안 800만 실향민 사회는 아무 조건 없이 탈북민 포용에 노력해왔다. 그런데 실향민 지원을 표방해온 이북5도청이 정책적으로 탈북민을 우대하고 실향민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이다. 실향민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북5도청이 통일 이후를 대비한 행정기관 정도의 역할을 넘어서 ‘실지 회복’ 추진에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800만 실향민 사회가 지금 동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향민 사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무리하게 강행된 탈북민 인사 조처가 계획적으로 추진된 정부 정책의 일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실향민의 통일 염원을 밀어낸 자리에 여러 가지 이유로 고향을 등진 북한이탈주민의 반북 의식을 통일의 동력으로 채워 넣으려 한다는 점에서 통일 정책의 근본적인 훼손을 우려하게 한다. 실향민 군수를 탈북민 군수로 물갈이한 것은 민족적 합의이자 헌법 정신인 평화 통일의 대원칙이 상대를 적대시하는 흡수 통일 정책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래도 되는가? 국민적 합의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가의 통일 정책이 바뀌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이북5도청이 국민의 동의 없이 북한이탈주민의 활동 근거지로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함경북도청은 군수에 이어 부령군의 명예 읍·면·동장도 탈북민으로 채워 넣었다. 분단 역사의 피해자이자 그 누구보다도 통일을 염원하는 실향민들을 하차시킨 통일 기차는 이제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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