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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북핵 게임 끝, 대화 모색할 때 / 주재우

등록 2016-09-19 18:43수정 2016-09-19 19:26

주재우
경희대 교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을 둘러싼 국내 분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우리의 핵무장 분쟁이 들끓고 있다. 이런 분쟁은 보이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지금까지의 핵실험 중 제일 강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핵탄두의 ‘규격화, 다종화, 표준화, 경량화와 소형화’를 거의 완성시켰다는 판단 아래 우리의 핵무장론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핵개발의 역사, 핵무기 개발 과정과 미국의 중국 핵무기에 대한 대응이라는 더 넓은 시각에서 보면 이런 소모적인 분쟁으로 치러야 할 사회적 기회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거의 끝난 게임이다. 핵개발은 탄두, 발사체와 수송체(캐리어) 등의 세 분야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핵탄두는 핵분열, 핵융합, 수소폭탄 등의 세 가지 개발 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북한은 올해 4차와 5차 핵실험으로 수소폭탄급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핵무기의 발사나 투하는 육상, 해상, 공중에서 이뤄진다. 북한은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보유했다. 해상에서는 잠수함(SLBM)에서의 발사 능력을 갖췄다. 공중 투하는 스텔스기나 대형 폭격기(B-52급)에서나 가능한데 북한은 이를 마다한다. 북한의 핵무기 수송은 단중장거리와 대륙간탄도 미사일 등 다양한 수단을 보유한 지 오래다.

미국의 대응은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미국은 1967년 중국을 겨냥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을 배치하면서 중국의 핵탄두 미사일에 대응했다. 북한이 연속적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핵탄두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사드 카드도 과거 행적과 비슷한 순서다.

북한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에만 함몰된 우리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미국은 2011년 특사단을 구성해 북한과 3차례 대화를 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사드 배치 구상 중에도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도 올해만 리수용 부위원장,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부장 등과 같은 고위급 인사와의 회담을 연쇄적으로 했다. 미·중 모두가 북한의 핵을 불인정하는 입장을 견지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에 근접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제는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북한이 개혁·개방 하길 희망한다. 그리고 북한이 제한적으로 나진, 선봉과 원산을 개방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수용할 것이다. 중국 동북3성과 북한 동해안의 개발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우리의 유라시아 주도권은 수포로 돌아간다. 우리의 물류 항만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주변국이 왜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빠지기보다, 왜 북한과의 대화를 전략적 선택으로 고려하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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