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용
부산 사하구 하신번영로 나에게는 하반신 마비 1급의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특수 스틱이 장착된 승용차로 일반인처럼 운전이 가능하지만, 넓은 주차공간이 없으면 차에 오르내리기 힘들다. 장애인 소유 차량에는 장애인 차량 표지가 부착되는데, 이걸로 주차구역 등에서 장애인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실수로 장애인 표지가 가려진 채 아파트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놓았고, 누군가가 구청에 신고를 하였다. 그 뒤 집에 8만원 범칙금 영수증이 서면으로 통지되어, 이를 구청에 문의를 한 아버지는 화를 감추지 못하셨다. “내가 장애가 있어서 구역에 주차를 했다. 장애인 차량 표지가 있는데 가려놓은 걸 깜빡하고 내렸다. 그때 누가 찍은 것 같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돌아온 말은 “걸으시는 장애가 있으세요? 못 걸으시는 장애가 있으세요?” “직접 오셔서 이의 제기 하셔야 해요”였다. 물론,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거짓으로 전화를 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여도 의문점이 든다. 우선,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 신고가 들어오면 차량 조회부터 할 텐데 이상했다. 차량 조회를 하게 되면,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었을 터이다. 만약 차량 조회로 아버지의 상황을 알았음에도(하반신 마비라는 사실) “직접 와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닌가? 이번 일을 통하여 진정한 공직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 중 공무원, 공기업 사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안정성과 연금과 같은 물질적 안정성 때문에 지원한다(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복지 공무원도 이러한 부류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민의 고충보다 자신의 복잡한 업무 절차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공동의 선을 위해 정부를 조직하여 계약을 맺는다는 로크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이 사회는 우리 모두의 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공동의 선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라면 누구보다 더 공동체에 대한 이타심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국민, 시민, 구민들은 공직자의 대단한 업무 능력,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번이라도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산 사하구 하신번영로 나에게는 하반신 마비 1급의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특수 스틱이 장착된 승용차로 일반인처럼 운전이 가능하지만, 넓은 주차공간이 없으면 차에 오르내리기 힘들다. 장애인 소유 차량에는 장애인 차량 표지가 부착되는데, 이걸로 주차구역 등에서 장애인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실수로 장애인 표지가 가려진 채 아파트 주차장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놓았고, 누군가가 구청에 신고를 하였다. 그 뒤 집에 8만원 범칙금 영수증이 서면으로 통지되어, 이를 구청에 문의를 한 아버지는 화를 감추지 못하셨다. “내가 장애가 있어서 구역에 주차를 했다. 장애인 차량 표지가 있는데 가려놓은 걸 깜빡하고 내렸다. 그때 누가 찍은 것 같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돌아온 말은 “걸으시는 장애가 있으세요? 못 걸으시는 장애가 있으세요?” “직접 오셔서 이의 제기 하셔야 해요”였다. 물론,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거짓으로 전화를 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여도 의문점이 든다. 우선, 장애인 주차구역에 불법주차 신고가 들어오면 차량 조회부터 할 텐데 이상했다. 차량 조회를 하게 되면,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바로 알 수 있었을 터이다. 만약 차량 조회로 아버지의 상황을 알았음에도(하반신 마비라는 사실) “직접 와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닌가? 이번 일을 통하여 진정한 공직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 중 공무원, 공기업 사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안정성과 연금과 같은 물질적 안정성 때문에 지원한다(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복지 공무원도 이러한 부류 중 한 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민의 고충보다 자신의 복잡한 업무 절차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공동의 선을 위해 정부를 조직하여 계약을 맺는다는 로크의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이 사회는 우리 모두의 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공동의 선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 더욱이 공직자라면 누구보다 더 공동체에 대한 이타심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국민, 시민, 구민들은 공직자의 대단한 업무 능력,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한 번이라도 자신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심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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