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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폐암 환자들 마지막 희망 ‘신약’ 보험 적용되길 / 김소정

등록 2016-10-03 18:06수정 2016-10-03 19:12

김소정
폐암환자 가족

최근 국내에 들어온 폐암 신약 타그리소는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하나의 약이고 처리해야 할 과제겠지만, 우리 어머니를 비롯한 지친 폐암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의 수많은 사연들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용기내어 전달하려고 한다.

폐암 환자인 어머니는 2014년 진단 이후 표적치료제로 치료받으면서 약 2년간 함께 일상생활을 보냈다. 폐암 진단 당시 아버지도, 나도, 동생도 어머니가 폐암 환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어 울기만 했다. 되돌아보면 그때는 부모님과 함께 소중한 하루하루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기였다. 표적치료제 덕분에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어머니가 암에 적응이 될 때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아픔이 우리 가족을 할퀴고 지나갔다.

작년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엄마는 한평생 함께했던 배우자를 잃고 큰 스트레스를 받으셨는지 올해 폐암이 재발하고 말았다. 알지만 외면했던 상황, 표적치료제로 치료받는 폐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내성이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 나와 동생은 겁에 질렸다.

어머니는 재발 후 폐 기능이 너무 약해져 중환자실에 입원까지 했다. 그때 내성이 생긴 폐암 환자들의 마지막 희망, 신약인 타그리소로 치료받지 않았다면 나와 내 동생은 어머니를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무사히 약이 잘 들어 퇴원한 엄마를 집으로 모시면서 신약을 쓴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약값을 어떻게 감당할지 두려워졌다.

다른 환자들은 임상이라도 가능하다는데, 어머니는 임상도 불가능했다. 결국 천만원이라는 고가의 약값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아버지 없이, 이 모든 짐을 다 감당해야 하기에는 20대 후반인 나는 너무나도 능력이 없어서 더 두려웠다.

약국에서는 고가 약이라고 해도 마진이 없다며 현금으로 결제해야 한다고 했다. 조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첫달은 해결했다. 현금 천만원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 나니 어머니와 함께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할 수 있다. 그런데 28일 뒤에는, 또 그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이 신약만 먹으면 어머니의 암은 70~80% 사라질 것이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머니가 어떻게든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고,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플 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가 있다. 어머니와 같은 폐암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적용이 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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