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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자원개발 축소…우물서 숭늉 찾을 수 없다 / 선승대

등록 2016-10-03 18:06수정 2016-10-03 19:12

선승대
한국광물자원공사 노동조합 위원장

우리나라는 석유·가스 수입의존도 97%, 금속광 수입의존도 99%에 달하는 대표적인 자원 수입국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자원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내놓은 자원 정책을 보면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최근 발표한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에서 공기업의 자원개발을 대폭 축소하고 공기업은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민간기업을 측면에서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의도에는 그동안 공기업이 나선 해외자원개발이 성과는 없고 잔뜩 부채만 키웠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의도대로 민간기업이 주도한다면 해외자원개발이 지금보다 나아질까?

민간기업은 2012년부터 자원개발에 손을 떼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과 인원도 이전보다 감축하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추진했던 신규사업을 중단하는 기업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기능조정 방안은 공기업의 손발까지 묶어 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자원개발 경쟁에서 한발 더 뒤처지게 만들고 말았다.

물론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로 인해 부채가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년 또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리는 해외자원개발을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실패로 규정하는 건 곤란하다. 부채 증가의 이면에는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광물가격 급락도 크게 한몫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글로벌 기업이면 공통으로 겪는 문제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지질, 생산, 시장, 기술, 국가, 환율, 사업파트너 등의 리스크를 안고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들여 장기적인 회수기간을 고려해야 하는, 최소 10년은 바라보고 추진해야 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원개발 정책이나 방향을 주시해야 한다면 어느 민간기업이 마음 놓고 자원개발에 나서겠는가. 또한 어느 해외국가, 해외기업이 정권 교체 때마다 정책이 뒤바뀌는 나라와 기업들을 믿고 함께 투자하겠는가. 특히 공기업과 달리 이윤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민간기업이 일관성 없는 정책에 수천억원의 돈을 투자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자원개발에 대한 홀대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그동안 어렵게 쌓아놓은 자원개발 경험과 경력 단절을 초래한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원개발 사업의 초라한 성적표는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자원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건 불과 10여년 전이다. 수익의 잣대로 사업의 성패를 가르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기술과 역량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급하다고 우물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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