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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분노의 함성을 들었는가 / 신영규

등록 2016-11-07 18:09수정 2016-11-07 19:03

신영규
한국신문학인협회 사무국장

분노한 보통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5일 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주최 측 추산 20만명에 육박하는 인파가 몰렸고,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전북 전주시청 앞 도로에서도 시민 수천명이 모여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지역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것이 나라인가’, ‘박근혜는 물러나라’, ‘사과 말고 퇴진하라’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과연 이게 어디 정상적인 나라인가? 사이비 교주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뭔데, 그가 이렇게 나라를 혼란으로 내몰고 있는가? 상황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한자릿수인 5%로 추락했다. 이는 역대 대통령 지지율 중 최저치다. 국민 절반 이상이 하야 또는 탄핵을 요구한다는 충격적인 내용까지 있었다.

나라 꼴이 이 지경이니 대통령 리더십의 붕괴가 외교·안보를 포함한 국정 전반의 차질과 공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를 포함한 모든 지표와 양상이 한곳을 가리키고 있다. 대한민국호의 난파 가능성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금 국민들 먹고사는 게 말이 아니다. 자영업자는 임대료조차 낼 수 없어 매장을 비우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유랑민처럼 떠돈다. 집값, 전세는 천정부지로 뛰고 물가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내일의 삶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국민 모두가, 국가 전체가 엄청난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끓고 있는 국민의 기름에 최순실이 성냥불을 그어댔다. 결국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요즘 사람 두셋만 모이면 최순실 얘기뿐이다. 가정이건 직장이건 식탁이건 사람들은 최순실과 그에게 놀아난 대통령을 욕한다. 국가가 통째로 농락당했다는 자괴감과 수십, 수백억의 검은돈이 따지고 보면 내 호주머니 쌈짓돈이라는 사실이 참기 어려운 것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최순실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다. 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통치권을 일개 민간인에게 넘겨 국정문란을 초래했다. 그에 따라 발생한 각종 불법과 비리가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결과라는 사실도 박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최순실씨 패거리를 공직자로 등용하고 최씨의 비행을 지적한 공무원들의 목을 친 당사자도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이 아니면 박근혜 게이트의 전모를 밝힐 사람이 없다.

세월무상도 있지만 ‘정권무상’이란 말도 있다. 권력이란 무상한 것이요, 허무한 것이다. 한 세대가 지나가면 아무리 당대에 위세를 떨치고 나는 새라도 떨어뜨릴 듯싶던 권력도 쇠잔해 가기 마련이다. 벌써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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