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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학생들은 말 못하는 인어공주가 아니다 / 한유리

등록 2016-11-28 18:24수정 2016-11-28 19:22

한유리
부천시 원미구 상1동

퇴근 시간대, 인천 방향 1호선 전철 내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문득 노약자석 쪽에서 어떤 분의 얘기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밥 줘’ 해야 할 나이의 학생들이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말을 하는 건 분명 누군가가 배후에 있다는 거야…”.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총 13년이다. 이 기간 동안 만난 교사들과 ‘사회’는 우리에게 늘 능동적인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었다. 그래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사회는 수동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학생들은 시국이나 정치엔 관심을 끄고 오직 공부에만 충실하는 존재가 되라고 한다. 물론,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청소년기는 성인이나 장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성숙하고, 중립적인 판단을 내리기 더 어려운 시기라는 것도 맞다. 그런 점에선 학생들도 어느 정도 지켜야 할 선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를 낼 권리까지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도 엄연히 이 사회의, 한 국가의 구성원이고 더 나아가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라의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는 것이다.

1950~60년대에는 지금과 달리 사회로 나오지 않으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시대였다. 그 시절의 어린 학생들은 이런 제한적 정보 때문에 ‘엄마 밥 줘’ 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 에스엔에스(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다양한 매체들의 발달로 나이에 관계없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그 정보들이 모두 신빙성이 있거나, 중립적인 시선에서 쓰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도는 누구나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과학과 정보 기술의 발달로 정보가 개방된 것 때문에 지금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목소리를 도구 삼아 사회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우리들이 살아갈 미래의 사회 혹은 우리의 자식 세대에는 더 희망찬 사회가 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꿈이자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학생들도 그런 이상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런 꿈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의견을 피력한다. 이런 의견들을 단순히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묵살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대안일까? 학생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직접 경험하고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인어공주들이 아니다. 우리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이고, 학생 이전에 한 나라의 국민이자 사람이다. 우리에게도 스스로 자신의 의견과 목소리를 낼 권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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