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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교육부와 정치, 그리고 역사교육 / 신유아

등록 2017-01-02 18:18수정 2017-01-02 19:27

신유아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국정교과서’ 문제가 각종 신문 기사에 오르내린 지도 벌써 3년 가까이 되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육부의 존치 여부도 함께 논의되곤 하였다. 필자는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교육부 역사교육 정상화 추진단(당시 역사교육지원팀)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하였다. 약 15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파견을 나가게 된 교육부는 필자에게 낯설고 어려운 곳이었다. 매일같이 지나치게 많은 일과 민감한 업무가 쏟아졌고, 그 일의 추진 배경이나 향후에 미칠 여파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주어진 일을 처리하느라 급급했다.

업무의 적절성이나 정치적인 성격 등은 차치하고, 그때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부라는 조직의 구성 방법이었다. 2014년 당시 교육부의 파견직은 전문직과 일반직(주무관)을 포함하여 전체 직원의 약 50%에 달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많은 파견직이 있는 기관이 과연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파견직에게 맡겨지는 업무의 성격이나 범위가 과연 적절한가 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파견된 교사나 주무관은 교육부 소속 정규 직원보다 더 늦게 퇴근하고, 더 열심히 일하며, 더 민감한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약 2년 가까이 희생하면, 정규직으로 뽑힐 확률이 높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부가 정규직원을 공채할 때 교사 출신 전문직의 경우 파견직이 최종 합격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을지훈련’이나 ‘세월호 사태로 인한 특별근무’ 등 주말에 근무하거나 밤을 새워야 하는 힘든 일은 대부분 파견에게 떠밀려오는 일이 많다. 팀장이나 과장 중에는 파견에게 서울과 세종을 오갈 때 차를 태워달라거나 비싼 식사를 사라는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80년대에나 있었던 ‘갑질’이 아직도 남아 있는 유일한 조직이 바로 교육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계속해서 뭔가를 해왔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기만 했다. 사교육비나 학교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제 하나도 해결되거나 완화조차 된 것이 없다. 오히려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대립으로 인해 학교 현장은 누구의 눈치를 보아야 할지 우왕좌왕하고, 추진하는 정책마다 교육청과 대립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교육부는 예산, 입시, 수업일수, 대학평가, 학생정원, 연구지원, 교육과정과 교과서 등 교육과 관련된 정책 전반을 결정·시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의 목적이 교육청과 대학, 그리고 중·고등학교에 대한 ‘통제’인지, 진정한 국가의 교육 발전인지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국정교과서 문제도 교과서 발행 체제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결국 정치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져야 할 교육 문제가 가장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용이한 ‘동네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국정교과서를 이용한 정치적 승리일 뿐, 학생이 아닌 것은 자명하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답을 모색할 때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언제까지 교육이 특히 역사교육이 정치적 대립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지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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