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부패고백위원회를 제안한다 / 이지문

등록 2017-04-17 18:11수정 2017-04-17 19:44

이지문
한국청렴운동본부 본부장,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르완다 50위, 한국 52위, 무슨 순위일까? 바로 지난 1월말 발표된 2016년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이다. 한국은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5계단이나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5개국 중 29위에 불과하다. 대통령 탄핵 선고라는 초유의 사태 역시 권력형 부정부패로 정경유착이 그 핵심이었다. <문화방송>(MBC) 신년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부정부패 척결’(29.9%)이 경제위기 극복(26.7%)과 함께 꼽혔다.

이런 국민적 기대에 대선 후보들은 다양한 반부패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부패기관의 복원이다. 대통령 소속기구로 반부패전담기구 역할을 했던 국가청렴위원회를 이명박 정부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와 통폐합하고, 국무총리 소속 기구로 위상을 약화시켰다. 이는 정부의 반부패 의지의 후퇴를 의미하고, 독자적인 반부패기구를 두게끔 한 유엔반부패협약 의무사항을 무시한 것이다. 싱가포르 탐오조사국, 홍콩 염정공서 같은 독립기구 설립이 절실하다. 또한 공약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다 실질적 보호 및 보상 강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전 대선에서도 공론화됐던 이런 공약은 반드시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필자는 다른 차원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부패고백의 제도화다. 한때 유행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부패 공화국’이라는 말처럼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성의로 하는 선물이니까, 생계를 위해서, 내 아이를 위해서같이 자기합리화하면서 행한 행위들이 부패의 씨앗이 되어왔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 사회가 부패친화적 문화가 되는 데 대형 비리사건만큼 기여했다. 부패가 하나의 문화 수준으로까지 나아간 상황을 고려하면 부패를 단절할 획기적인 계기가 필요하다. 다른 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만델라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정 기간 흑인 차별 범죄를 고백하면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 기간이 지나 적발되면 엄격하게 처벌했다.

2017년 5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대통령 직속으로 민간인이 위원장을 맡는 부패고백위원회를 설치하고, 1년 기간을 설정하여 일정 기간(예를 들면 최근 5년) 동안 자신이 저지른 부패, 비리, 공익 침해 행위 등을 위원회에 고백하는 방식이다. 고백한 사람의 신원을 밝히지 않으면서 중요한 고백, 고백의 건수, 반납 금액을 월별 또는 분기별로 발표한다. 직간접적으로 얻은 수익 반환, 위법행위에 대한 벌금 납부 등을 제외하고는 사면하되, 기간이 지난 후 적발될 경우 가중 처벌한다. 그 기간 후 새로운 부패 행위를 해 적발되면 처벌 수위를 높이는 조처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이 현행 법령에 일부 어긋날 수 있어도 외국의 유사 사례 등을 검토해 보다 현실성 있는 접근을 해나간다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