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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무기계약직’이라는 적폐 / 이남신

등록 2017-07-24 18:35수정 2017-07-24 19:37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지난 17일 서울시가 무기계약직 정규직 전환, 서울형 생활임금 1만원대 진입, 근로자이사제 전면 도입, 노동조사관 신설,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모델 추진 등 7개 실행계획을 담은 노동존중특별시 2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 전환이다.

한국 사회 비정규직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1100여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임금 격차를 비롯한 제반 차별은 고착화돼 심각하다. 노조조직률은 2%에도 못 미쳐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이 일터에선 무력화돼 있는 현실이다.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한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의 핵심에 노동 문제가 놓여 있다. 국민 중 최대 다수이기도 한 노동자의 삶의 질만큼 중요한 민생 의제가 없어서다. 하지만 불평등과 양극화가 본격화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 모두가 바람직한 노동정책을 시행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행히 지난 10여년간 직무유기해온 정부를 대신해 서울시가 먼저 간접고용·비정규직 문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것을 두고 정규직화라고 부르는, 잘못된 관행에 합당한 문제제기를 한 점은 양질의 정규직화가 시대적 요구인 시기에 대단히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한때 최소한의 고용안정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기계약직의 효능이 강조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차별을 제도화하는 가짜 정규직이다. 아무리 오래 일해도 승진도 임금 상승도 불가능한 신종 비정규직이다.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속울음 삼켜야 하는 중규직 신분에 불과하지만 법적 정규직이란 이유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을 시정해달라는 구제신청을 해도 기각된다. 사쪽 입장에서 무기계약직은 오랫동안 싼값에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비정규직이 돼버렸다. 생긴 지 10여년이 지난 무기계약직이란 고용형태는 이제 적폐로 전락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고용 안정과 차별 시정을 동시에 담보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극복될 수 있다. 무기계약직을 중규직으로 규정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 서울시 계획이 주목받는 이유다.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 전환은 특히 2019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인상되는 서울형 생활임금과 조응해 좋은 일자리의 표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중앙정부에서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중 9개월 이상 계속 일하거나 향후 2년 이상 예상되는 기간제와 파견용역 등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채용 및 전환한다는 정책은 환영할 만한 내용이지만, 무기계약직은 공무직 등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 외에 구체적인 처우개선 지침이 명료하지 않다. 앞으로 중앙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모델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중규직인 무기계약직 문제가 더욱 전향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재벌이 장악하고 있는 민간부문의 좋은 일자리 양산은 공공부문의 좋은 일자리 모델 수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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