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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모래톱을 살려야 녹조라떼 사라진다 / 오경섭

등록 2017-07-24 18:36수정 2017-07-24 19:38

오경섭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지형학

우리나라 하천에는 모래톱이 잘 발달한 곳이 많다. 이는 다른 나라 하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실제 지구촌에서 강가 모래사장에서 캠핑하면서 미역을 감을 수 있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거의 없다. 이러한 모래강의 효능을 간과하고서는 한국 하천을 제대로 알 수 없다. 성공적인 치수도 불가능하다.

4대강 사업은 모래톱의 가치를 외면한 채 추진되었다. 결과는 실패, ‘녹조라떼’ 현상은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그간 감사원 감사, 민관합동 조사가 있었다. 여기서 시공업체 간 입찰가 담합, 보 구조물의 결함, 사업 후의 수질·생태환경 변화상 등 문제점은 지적됐다. 그러나 모래강의 효능을 제대로 고려한 사업이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보지는 않았다. 당연히 적절한 평가와 해결 방향 제시가 불가능했다.

새로 출범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재조사하고 문제해결 의지를 보여 다행이다. 이에 대해 정치보복 운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녹조 창궐로 악화되어가는 우리 하천의 수질을 언제까지 방치하라는 건가’ 묻고 싶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의 문제점을 덮고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한국만큼 인구밀도가 높아 하천으로의 오염물질 유입 압박이 큰 나라도 드물다. 이는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종말 하수처리를 잘 한다 해도 극복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보다 인구밀도가 낮은 유럽의 나라들보다 자연상태의 우리나라 하천 수질이 좋았었다. 도처에 잘 발달한 모래톱의 정수 작용 때문이다. 공단이나 대도시 인근의 오염된 하천수도 모래톱을 통해 하류 쪽으로 5~10㎞ 정도 가면 다시 맑아진다. 모래톱은 고비용의 어느 인공 정수시설보다도 우수한 자연정수 필터다.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우수한 콩팥이다. 또한 모래 하상이 유지되는 하천은 인(P)이나 질소(N) 농도가 높아도 녹조라떼가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모래층에는 미세 입자의 오니층(汚泥層)과는 달리 오염물질과 녹조의 휴면포자가 저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층을 무모하게 준설한(파낸) 4대강 사업은 수질 악화와 심한 녹조현상 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수자원 관점에서도 4대강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 오늘날 수자원은 수량과 수질을 같이 고려한 개념이다. 다공질 모래층에는 많은 양의 물이 좋은 수질을 유지하면서 저장될 수 있다. 모래층에는 수분이 쉽게 스며들어 채워질 수 있는 모래 입자들 사이의 공극이 있다. 이 공극들은 모래층 부피의 35~40% 정도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연 강수량 1000㎜가 넘는 우리나라는 모래층에 많은 양의 물이 저장되어 있다.

한국 하천에 넓고 두껍게 발달한 모래층들은 그 자체가 대규모의 좋은 물 저장고다. 모래층의 다공질 공간에 저장된 이 물은 보를 막아 수체(水?) 상태로 저장된 부패되기 쉬운 고인 물과는 달리 생명의 강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주며 인간이 쉽게 관정하여(퍼내)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물이다. 4대강 사업은 좋은 물 2.5억톤 정도를 저장할 수 있는 모래층을 없애고 수체 상태의 나쁜 물 6억톤으로 채운 결과를 가져왔다.

4대강 사업이 야기한 문제점들은 모래톱 제거에서 비롯된다. 우리 몸에서 혈액의 노폐물을 여과해주는 콩팥을 제거한 것과 같다. 이 사업이 진전된 주요 하천 중하류 본류는 넓은 유역에서 흘러온 물이 모여 빠져나가는 곳이므로 홍수와 수량 확보 면에서 보를 막아 하천 수위를 높일 필요가 없는 곳이다. 사업구간 인근 지역은 기존 수리시설로도 수량 자체가 부족한 곳이 아니다. 홍수 예방 관점에서는 이곳은 본류 자체보다도 인근 지천의 물이 본류로 잘 유입되어 빠져나가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다. 보를 막아 본류의 수위를 높이는 것은 이 문제를 더욱 키우는 일이다.

하천을 다시 모래강으로 회복시켜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의 수문을 열고 강물이 다시 흐르게 해 4대강 사업 후 하상에 퇴적된 오니층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으로도 제거되지 않는 오니층(특히 보에 인근한 상류 쪽 부위)은 준설도 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구간 하천 본류에 모래가 원활히 유입되어야 하고 유입된 모래는 다시 흐르는 강물에 의해 쉽게 이동·재배치되어야 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중상류의 주요 지천 내성천을 막은 영주댐 제거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낙동강 유계에서 모래강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지천 내성천은 4대강 사업으로 많은 상처를 입은 낙동강 본류에 다량의 모래를 공급해줄 수 있다. 감사원 감사가 이런 우리 하천의 특성을 고려해 수행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체계적인 사업의 문제점 지적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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