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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미래연구자가 본 탈원전 정책 / 윤기영

등록 2017-07-31 18:08수정 2017-07-31 19:07

윤기영
미래학자·에프엔에스 컨설팅 대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싼 논의가 격렬해졌다.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인 미래 예측을 전제하므로 미래 연구자도 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미래 예측은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종합적 시각을 기초로 급격한 기술 발달을 고려하며, ‘터무니없는’(Ridiculous)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만약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터무니없는 즉, 예측불가능한 일로 발생할 것이다. 참고로 터무니없는 미래는 미래 연구 3대 공리 중 하나다. 현재까지 국제원자력 사고 5등급 이상 발생 확률은 1%가량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최고 등급인 7등급, 후쿠시마 원전은 5등급 사고였다. 우리나라 원전은 현재 24기가 운영 중이니 5등급 이상 사고 발생 가능성은 20% 정도다. 우리나라 원전의 상대적 안전성을 고려하면, 실제론 20%보다 상당히 낮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위험성을 낮춰 보면 안 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무니없는 사고였다.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 역시 터무니없는 이유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사고 통제가 가능하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원전의 미래는 에너지 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고려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동일해지는 그리드 패리티가 2020년대 초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도 2022년 그리드 패리티가 도래할 것임을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른 것이 현실이다. 태양광 발전을 위한 입지가 좋지 않고, 산지가 많아 땅도 부족하다. 그러나 이는 현재 기술수준에 기반을 둔 것이다. 다양한 기술 개발로 태양광발전의 에너지 전환효율이 40%를 넘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원전정책은 현재의 기술수준이 아닌 미래의 기술수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셋째, 원전의 미래는 안보, 산업 전략, 환경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종합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 중국은 2050년대에 전지구의 전력망을 통합적으로 연결하는 지이아이(GEI·Global Energy Interconnection) 계획을 발표했다. 그 예산만 50조달러에 이른다. 러시아와 공조 전략도 생각할 수 있다. 러시아는 발전용량은 풍부하나 수요가 없어 전력이 남아돈다. 태양광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2025년 연간 약 4천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력저장장치까지 포함하면 매년 7천조원의 시장이다. 원전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볼 필요도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온실가스 국제 규제가 급격하고 강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기후변화를 거짓이라고 주장하나, 내일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석유 수출을 통제할 수도 있다.

미래 예측은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미래에 대한 대화’로 정의된다. 탈원전에 대한 최근의 격렬한 논의는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대화의 한 모습이자 미래 예측의 한 과정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에 차분하고 진중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화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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