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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개혁의 방향 잃은 수능개편안 / 도성훈

등록 2017-08-28 19:24수정 2017-08-28 19:43

도성훈
인천동암중학교 교장

“선생님, 이번 수능개편안의 핵심이 뭐예요? 그렇게 하면 우리 교육이 달라지나요?” 며칠 전 학부모 인문학강좌 준비를 위해 모였을 때 중3 학부모 임원이 던진 질문이다. 이런 의문은 중학생 학부모와 현장 교사들 대부분이 품고 있을 것이다.

수능개편안을 내놓은 교육부의 고뇌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대한민국 교육의 병폐는 대학 서열화다. 입시의 한 수단인 수능제도의 변화만으로 교육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오산이다. 최근 입시 경향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다. 수능을 치르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다. 논술·면접 등 다른 방식의 입시전형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대학별로 학생 유치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교육은 보수와 진보 등 진영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진보적 교육정책을 주장했던 일부 인사가 정작 자기 자녀를 특목고나 외고에 보내서 비판받았던 사실은 뼈아프다. 더구나 학벌사회의 현실을 외면한 채 겉으로만 개혁적인 정책인 듯 내세우는 것은 학생·학부모·교사의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절대평가의 범위가 일부 과목이냐 모든 과목이냐는 입시 경쟁을 완화하는 데에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 이로 말미암아 입시 경쟁은 더 과열되고 사교육은 더 팽창할 것이라는 비판이 보수와 진보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역설적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능개편시안의 1안, 즉 ‘일부 과목의 절대평가’로 확정되는 경우다. 다른 과목(국어·수학 등)으로의 경쟁이 풍선효과처럼 증폭될 것이라는 점에서 현행 유지만도 못한 최악의 개악이 될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대증요법’으로 수능을 전과목 절대평가제로 일단 정착시킨 후, 이른 시일 안에 대학평준화 등 본질적 대학구조의 개편과 학력 차별의 완화를 골자로 하는 근본적 대책을 섬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대입 정책은 부동산 정책과 데칼코마니다. 이 두 정책만큼 백약이 무효한 정책이 드물고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뒤엉킨 문제도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핀셋 규제 중심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에 시장은 비웃었다. 두 번째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에 집값이 내리기 시작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교육정책도 같은 전략을 써야 한다. 수능 절대평가 같은 핀셋 조처만으로는 깊고 넓은 환부를 제대로 고칠 수 없다. 대학 서열화, 학벌사회라는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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