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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복지관 도서관, 울던 아이가 웃었다 / 이성심

등록 2017-09-18 17:56수정 2018-12-27 17:04

이성심 사무국장
이성심 사무국장
이성심
전 ㈔한국뇌성마비복지회부산지회 사무국장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문제로 생긴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은 장애인으로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제가 근무한 장애인복지관을 짓고자 할 때 주변에 건물이 많지 않았습니다. 도로 맞은편 주민들의 반대로 행정심판까지 하고 승소하여 복지관을 지을 수가 있었습니다.

복지관을 짓고 나서 복지관 양쪽으로 수만가구가 들어섰습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아니고 장애인복지관이다 보니 지역민과 함께할 프로그램이 없어 비장애인 이웃들은 1년에 단 한번도 복지관에 찾아올 일이 없었습니다. 복지관에 직원을 위한 3평 정도 도서관이 있었는데, 어느 날 복지관 주위에 도서관은 물론 문화시설이 한곳도 없는 것을 깨닫고 이 도서관을 지역민들에게 개방을 하였습니다. 장서가 1천권도 안 돼 국공립 도서관, 출판사에 도서기증 협조를 구했습니다. 3개월 만에 8천권을 기증받고 장소도 3평에서 큰 방으로 옮겨 작은 도서관을 개방했습니다.

처음에는 한분 두분씩 찾아오더니 입소문을 타서 서너달 만에 몇백명 회원이 가입하면서 날로 지역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여전히 님비 현상이 심합니다. 우리 지역에 어떤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지고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반대만 하는 일부 이기주의도 문제지만, 지역민과 만날 노력도 해야 합니다. 처음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도서관 담당자가 장애인이다 보니 이용자들이 어색해했습니다. 말도 어눌하고 손동작도 느리니까요. 어린아이들은 어른들 손을 잡고 들어와 저를 보면 때로 울기부터 했습니다. 어머니들이 제게 미안해 우는 아이를 야단치시길래 “가만히 두세요. 아이가 보기에 낯서니 울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될 거예요”라고 했더니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그만큼 교감할 기회가 없어서 거부하는 것입니다. 백마디, 천마디, 말로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다고 외쳐도 안 됩니다. 자주 접하고, 단 한마디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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