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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입마개는 반려견에게 학대인가 / 이혜원

등록 2018-01-31 18:45수정 2018-01-31 19:33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

요즘 반려견을 키우는 지인들이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은 반려견에게 학대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입마개 훈련을 어떻게 받았는지에 따라 학대의 소지를 갖고 있지만 입마개 자체가 곧 학대라는 것은 옳지 않다.

필자 역시 몸무게가 20㎏이 넘고 키가 40㎝보다 큰 반려견 아롱이를 키우고 있다. 사람의 말을 잘 따르지 않고 방어적 공격성이 나타날 수 있는 품종의 피를 물려받은 아롱이는 강아지 때부터 사회화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앉아’, ‘기다려’, ‘안 돼’와 같은 기본적인 훈련뿐만 아니라 입마개 훈련도 주기적으로 했다.

아롱이가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방어적 공격성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필수로 진행된 교육이다. 이 교육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된 이유는 반려동물 행동치료 세미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독일의 행동치료 수의사인 셀리나 델 아모(<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 저자)의 강의 시간에 필자는 그의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씌우고 털을 미는 훈련을 직접 하게 되었다. 털을 밀다가 혹시라도 생길 작은 통증에 사람을 물 수도 있으니 평상시에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 개라도 입마개 훈련은 꼭 필요하다고 셀리나 델 아모는 강조하였다. 입마개를 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 포인트였다.

공격성 방지를 위해서만 입마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산책 중에 이물질을 먹거나 다른 동물의 대변을 먹는 반려견들이 종종 있는데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입마개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나 처치를 받다가 공격성을 보일 수 있는 반려견들도 입마개를 한다.

필자가 독일의 동물보호소에서 근무할 당시에 사육사들은 공격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반려견들에게 제일 먼저 입마개 훈련을 했다. 유기동물들을 챙겨주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사육사들이 개에게 물리면 보호소 동물들을 보살필 수 없어서다. 입마개를 편하게 쓸 때까지 훈련 기간은 개들마다 차이가 있었다. 어느 유기견은 일주일도 안 되어서 입마개를 편하게 쓰고, 어느 유기견은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아무 이유 없이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무는 것은 아니다. 공격성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공포나 통증에서 기인한 공격성, 영역적 공격성, 경쟁적 공격성 등 다양하다. 반려견이 공격성을 마음껏 표출하게 내버려두면 매우 위험하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필요 이상의 공격성을 자주 노출할 때에는 그 원인을 신속히 찾아 교정해줘야 한다. 언제, 어떤 공격성이 발현되는가를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눈치채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예방책은 반려견에게 공격성을 발현할 상황이 아님을 사회화 교육을 통해 인지시켜줘야 한다.

물론 사회화 교육을 하더라도 반려견은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면 언제든 공격성을 노출할 수 있다. 모든 동물의 생존을 위한 반응이다. 단, 반려견이 잘못된 판단을 해 공격성을 보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성을 보이고, 그로 인해 반려견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면 차후에 그 공격성은 강화될 수 있다. 이는 반려견의 학습능력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지금은 공격성을 전혀 보이지 않는 반려견이라도 특정 상황을 겪으면서 공격성이 발현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 보호자뿐만 아니라 타인과 다른 동물을 위해서라도 입마개 훈련은 평상시에 간식을 이용해 놀이처럼 실시돼야 한다.

반려견이 조금이라도 공격성을 보인다면 보호자는 재빠른 조치를 해야 한다. 공격성을 치료하고 교정해야 한다. 행동치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공공장소에서 입마개를 씌우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동물복지 선진국인 독일의 다수 시민들 역시 동의하는 것이다. 사람도 반려견도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은 갈등보다는 평화로운 공존을 갈망한다. 공격성을 표출하는 반려견이 있다면 먼저 안락사를 논하기보다는 어떻게 그 공격성을 치료해줄 것인지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공공의 안전을 위해 입마개 훈련을 실시하려는 시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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