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혜화역이 있고,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서울 대학로. 누군가에겐 연극을 보러 가는 곳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연극 같은 삶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1막. 1999년 6월28일, 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혜화역의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와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위험천만 리프트를 타야만 지하철을 탈 수 있고, 버스는 전혀 접근이 불가능한 때였다. 혜화역 사고 이후 지하철역 리프트 사고가 잇따랐다.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폭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역 지하철 선로 점거, 시내버스 점거 등 치열한 투쟁이 이어졌고, 그 결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확대 설치와 저상버스 도입이 이루어졌다. 당시 투쟁은 ‘이동권’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실리는 계기가 되었다. 2막. 2009년 6월4일, 시설에 살던 8명의 장애인이 거주시설 밖으로 탈출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무작정 시설에서 짐을 싸서 나온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었다. 당시 농성을 진행한 당사자 몇 분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길 위로 나왔고, “거리로 나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보호와 사랑이 넘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람답지 못하게 행복하지 않게 살았던 것이다. 아무런 지원체계가 없던 불모지에서 62일간의 농성 투쟁으로 탈시설 정착금, 자립생활주택 등 탈시설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현재 약 3만명의 장애인이 시설에 ‘갇혀’ 살고 있긴 하지만, 한편 ‘탈시설’이라는 말을 대통령도 하고, 시설에서도 한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변화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는 바로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이 만든 것이다. 지금도 충분치 못한 수준이긴 하지만,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에서 떠올려야 한다. 누군가 자신의 권리가 지워진 불의의 사회에 대항했기에 그것들이 탄생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시설 안에만 몇십년을 살고 있는 3만명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갇혀’ 살아서는 안 됨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사회에 저항하며, 그리고 이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스스로 바꾸어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온 역사는 한편으로 ‘불법’을 자행한 과거이기도 하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테두리 밖에 존재한 장애인들은 도로교통법, 집회시위법 등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곳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만들어냈다. 사회 밖의 사람들이 지역사회로 들어오는 길은 법 밖의 방법을 통해 가능했다. 이것이 연극 같은 삶이 아니면 또 무엇일까? 장애인 인권운동의 지금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뜨거운 연극의 3막을 만들고자 한다. 불의에 대항하고,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권운동의 대‘항’로를 만들고자 한다. 4월25~27일 16회를 맞는 ‘서울장애인권영화제’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8개의 장애인권운동단체들이 이곳 대학로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대‘항’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써준 수많은 후원인들, 지난 시간 길 위에서 법 밖에서 온몸으로 투쟁해온 우리 모두를 초대해 4월27일 대‘항’로를 여는 파티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 연극의 3막을 함께 열어주길 그리고 채워주길 바라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혜화역이 있고, 마로니에 공원이 있는 서울 대학로. 누군가에겐 연극을 보러 가는 곳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연극 같은 삶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1막. 1999년 6월28일, 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혜화역의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집 밖으로 나와 어딘가로 이동한다는 것은 큰 용기와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위험천만 리프트를 타야만 지하철을 탈 수 있고, 버스는 전혀 접근이 불가능한 때였다. 혜화역 사고 이후 지하철역 리프트 사고가 잇따랐다. 2001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폭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서울역 지하철 선로 점거, 시내버스 점거 등 치열한 투쟁이 이어졌고, 그 결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확대 설치와 저상버스 도입이 이루어졌다. 당시 투쟁은 ‘이동권’이라는 단어가 사전에 실리는 계기가 되었다. 2막. 2009년 6월4일, 시설에 살던 8명의 장애인이 거주시설 밖으로 탈출해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무작정 시설에서 짐을 싸서 나온 이들은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었다. 당시 농성을 진행한 당사자 몇 분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길 위로 나왔고, “거리로 나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흔히 알던 보호와 사랑이 넘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람답지 못하게 행복하지 않게 살았던 것이다. 아무런 지원체계가 없던 불모지에서 62일간의 농성 투쟁으로 탈시설 정착금, 자립생활주택 등 탈시설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냈다. 현재 약 3만명의 장애인이 시설에 ‘갇혀’ 살고 있긴 하지만, 한편 ‘탈시설’이라는 말을 대통령도 하고, 시설에서도 한다.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변화가 아닐까? 이러한 변화는 바로 마로니에 8인의 투쟁이 만든 것이다. 지금도 충분치 못한 수준이긴 하지만, 우리는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에서 떠올려야 한다. 누군가 자신의 권리가 지워진 불의의 사회에 대항했기에 그것들이 탄생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시설 안에만 몇십년을 살고 있는 3만명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갇혀’ 살아서는 안 됨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사회에 저항하며, 그리고 이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스스로 바꾸어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해온 역사는 한편으로 ‘불법’을 자행한 과거이기도 하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테두리 밖에 존재한 장애인들은 도로교통법, 집회시위법 등 법 테두리를 벗어나는 곳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만들어냈다. 사회 밖의 사람들이 지역사회로 들어오는 길은 법 밖의 방법을 통해 가능했다. 이것이 연극 같은 삶이 아니면 또 무엇일까? 장애인 인권운동의 지금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뜨거운 연극의 3막을 만들고자 한다. 불의에 대항하고, 차별에 저항하는 장애인권운동의 대‘항’로를 만들고자 한다. 4월25~27일 16회를 맞는 ‘서울장애인권영화제’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8개의 장애인권운동단체들이 이곳 대학로에 진보적 장애인운동의 대‘항’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을 만들기 위해 함께 힘써준 수많은 후원인들, 지난 시간 길 위에서 법 밖에서 온몸으로 투쟁해온 우리 모두를 초대해 4월27일 대‘항’로를 여는 파티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 연극의 3막을 함께 열어주길 그리고 채워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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