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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걸어서 금남로 속으로 / 박승인

등록 2018-05-28 18:23수정 2018-05-28 19:41

박승인
창원경일고등학교 1학년

2018년 5월19일 6시30분, 이른 아침부터 우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사회교과중점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이하여 기획된 특별하고 의미 있는 기행이었다.

5월이 다가오자 티브이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다큐를 다루었고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궁금했던 찰나, 선생님께서 5·18 역사문학기행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행운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역사를 바로 알고 민주화운동과 민주주의의 발전과정, 우리 현대사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이 들어 출발 전부터 설레었다. 출발하기 보름 전쯤 선생님께서 5·18을 배경으로 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란 소설책을 한권씩 나누어 주셨다. 소설이지만 당시 광주와 시민들의 모습에 감정을 이입해 볼 수 있었고 마음이 다소 무거워졌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광주의 구 전남도청인데 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5·18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들었다. 박정희의 죽음으로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잡고 독재 정치를 하려 하자 시민들이 시위를 하였고 이를 막기 위해서 5월17일 전국에 계엄령을 내리고 작전명 ‘화려한 휴가’로 광주에 가서 진압을 했다고 한다. 5월21일에는 광주 광장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시민들을 향해 발포했고, 5월27일 도청을 습격해 민주화운동이 끝이 났다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나는 처음부터 시민군이 무장을 해서 싸운 줄 알았는데 그들이 우리 시민을 죽이면서 무장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도청에 들어가서 군인이 습격할 때 울려 퍼졌던 방송 소리를 해설사 선생님께서 들려주셨는데 다급했던 당시 상황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을 들른 후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5·18 당시 택시운전사를 하시던 기사님을 만나 5·18에 관한 얘기를 들었다. 기사님께서 당시 고문을 당할 때 고문관은 ‘너 여기서 죽으면 10글자로 끝나’라는 말을 했는데 아직도 그게 인생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고 하셨다. 아직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을 이어나가시는 기사님의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식당에 들러 맛있는 비빔밥을 먹고 우리는 광주 구묘역으로 갔다. 광주 구묘역은 민족열사분들이 계신 곳이고 광주 신묘역은 5·18 민족열사분들이 있는 곳이었다. 구묘역에서는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묘와 이한열 열사, 백남기 농민 등의 묘를 보았다. 그다음 우리는 신묘역을 갔는데 들어가기 전 제단에서 합동참배를 했다.

많은 5·18 열사분들의 묘를 지나며 해설자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중 박금희 열사 설명 때에 선생님께서도 눈물을 흘리셨다. 박금희 열사는 5·18 때 시민들을 위해 헌혈을 해주었는데 30분 뒤 다시 병원에 올 때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가 슬픔에 잠겼다. 그 밖에도 무명 열사의 묘, 영혼결혼식 등등의 설명을 들었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어린 열사들의 죽음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5·18 당시 놀다가 총소리가 나 도망갔다고 한다.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주신 고무신을 놓고 왔는데 그걸 다시 찾으러 가다가 싸늘한 주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정말 당시 군인들은 최소한의 양심도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을 향해 어떻게 조준사격을 하며 살생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먹먹했고 무거운 책임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우리 역사는 끊임없이 살아 있고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참혹한 우리 역사의 단면에 슬퍼하기보다는 그분들이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용기를 본받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정말 값진 경험을 한 거 같다. 이런 뜻깊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더 많은 친구들이 함께해볼 기회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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