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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친문 단일화? / 문학진

등록 2018-07-04 18:32수정 2018-07-04 21:59

문학진 전 민주당 국회의원

6·13 지방선거 압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속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8·25 전당대회의 막이 서서히 오르고 있다. 이번에 들어서게 될 지도부는 2020년 21대 총선의 공천권을 쥐게 돼 있고, 문재인 정부의 성패를 가름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작금 언론 등을 통해 비치는 민주당 내 전당대회와 관련한 움직임들을 보노라면, 이것이 진정 21세기 대한민국을 리드하겠다는 집단의 모습일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친문 단일화’?

지금 이 당에 ‘친문’ 아닌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하는가? 지금 이 당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토하는 세력이 있나? 지금 이 당은 그 전체로 명실상부한 ‘친문당’이다. 지난해 대통령 후보 경선 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도 모두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빌고, 한몸이 되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하던 시절 원내대표이던 자타칭 ‘비문’ 대표주자 이종걸 의원도 대표 출마를 공론화하면서 자신이 ‘친문’이라고 천명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친문 단일화’는 ‘전당대회 무용론’에 다름 아니다. 모두가 ‘친문’인 판에 그걸 단일화하자고 하는 건 당원, 대의원,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전 조정에 의해 지도부를 옹립하자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니라면 ‘친문 단일화’를 거론하는 몇몇이서 자의적 잣대를 가지고 누구누구는 친문이고, 그 친문들 중에서 단일후보를 내세우자는 것임과 동시에 그 울타리에서 배제된 이들은 대통령과 함께하겠다고 할 자격도 없다고 규정짓겠다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해서 이 당이 뒷심을 받을까? 탕평과 용광로는 어디 갔을까?

국회 구조 때문에 다른 당과의 연정·협치가 운위되는 마당에 숱한 간난신고를 함께 겪어온 당내 모든 세력이 ‘한 덩어리’라는 인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집단의 힘은 공고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2007년 대선 참패, 그리고 2012년 대선 패배의 당내 사정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다른 이유들도 있었겠지만, 당내 제 세력이 한 방향으로 결집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반면교사를 삼지 못하고 또다시 ‘끼리끼리’ 행태가 번져나간다면 닥쳐올 외부로부터의 물살은 무서운 것이 될 수 있다.

상당수의 예비주자들과 그 주변이 ‘대통령팔이’를 자처하다 보니 이제 ‘친문’도 여러 가지 브랜드로 다기다양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원조친문’에서부터 ‘특수친문’에 ‘진문’, ‘뼈문’ 등등. 어떤 이는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버젓이 대중 앞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대통령과 가깝다고 자부하는 원내 인사들이 ‘부엉이 모임’을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 같은 현실을 마주하면서 친박, 진박, 뼈박, 골박, 잔박 등 듣기에도 휘황찬란한 조어들이 오버랩되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지지율은 영속적이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경험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집단 내부가 방법론을 가지곤 공방을 하더라도, 시대의 소명을 놓곤 한배에 타고 있다는 끈끈함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정기 전당대회는 당의 방향과 진로를 놓고 당을 이끌고 가겠다는 이들이 나서서 백가쟁명하는 격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시원찮은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 “나 누구 알아”다. 누구 팔아서 뭐 하려 하기보다 “나는 이렇게 하겠다”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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