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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병역거부-대체복무여야지 대체처벌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정재영

등록 2018-07-09 18:31수정 2018-07-10 09:24

정재영
병역거부 당사자·가족, 서울시 중구 신당동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국회는 병역거부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신설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되었다. 병역거부자를 위한 국가의 시혜가 아니라 헌법상 국가에 부여된 국민 보호의 의무를 다하라는 헌법적 명령이다. 병역이행자에게 복무의 기회가 주어지듯이 병역거부자에게도 그들의 양심이 거부하지 않는 형태로 공동체를 위해서 의무를 다하도록 대체복무를 만들어야 한다. 국방부의 반응은 신속히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신속이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병역거부는 병역기피와는 본질적으로 달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처벌규정에 대한 합헌은 병역기피자를 대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결정문의 전체 내용을 보면,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에서 더 구체적인 법 해석으로 무죄가 선고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신설되는 대체복무는 제도 도입의 취지부터 분명하게 해야 한다. 연간 500여명의 병역거부자를 수감하는 대신 사회 각 분야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투입하여 공동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인력 재배치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군 복무와의 형평성이라는 시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사회복무제도는 군 복무에 비하면 업무 강도나 생명의 담보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지만, 신체 조건상의 열등을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아 배치되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인정해서 복무 기간에서 3개월 정도만 길게 하고 있다. 현재 사회복무기간은 2년이다. 현역 복무 기간이 단축될 때마다 조정이 되고 있다. 아무도 군 복무를 대신하고 있으니 더 힘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더 길게, 더 엄하게, 너도나도 넘겨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 완벽하게 동등한 제도도 불가능하다.

군 복무자가 연간 100여명 정도 자살을 하니 대체복무도 인원에 비례해서 동등한 비율로 자살자가 나오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자가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서 해결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평등의 원칙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이다. 현 대체복무제와 비슷하게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병역거부자는 신체 등급으로 따지면, 입영 대상에서 아예 제외를 시켜야 할 대상이다. 절명될 위기의 순간에 엄지와 검지가 없어도 총기를 쥐여주면 남은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사지 멀쩡한 병역거부자는 엄지가 있어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강제 입영시켜본들 전투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들은 애초 병역수요 인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대체복무에 대한 국제 권고의 요지는, 징벌적 성격이어서는 안 되며, 복무 기간은 병역 의무와 비교하여 합리적인 범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대다수 국가가 1년 혹은 18개월이기 때문에 1.5배를 넘기면 과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징역인력을 생산인력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 자체 도입만으로도 사회적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판정위원회 구성부터 국제 규정에 맞도록 일반 행정부서에서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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