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규 서울시 양천구 목5동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대응 방안으로 서울 시내에 5개 사단을 전개해 정부 주요기관을 장악하고 시위 참가자들의 에스엔에스(SNS)를 통제·감시한다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군 수뇌부의 사고방식이 5공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탄핵이 기각됐다면 5·18과 같은 비극이 재발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등골이 서늘해지는 사건이다.
기무사가 군 투입을 주장했던 근거는 “탄핵이 기각됐을 경우 시위가 과격화될 수 있기 때문에 군을 투입해서 치안을 유지해야 한다”인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시 촛불집회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평화’적인 집회였다. 그런데 탄핵이 기각된다는 이유로 집회가 과격해질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결국 이는 기무사의 ‘희망 사항’에 가까운 정무적 판단일 뿐이다.
또한 설사 그들의 주장대로 시위가 과격해지더라도 치안 유지의 1차 책임은 어디까지나 경찰에 있다. 헌법 5조에 따라 군은 국내의 정치 문제에 개입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을 자제하여야 하며 경찰력 발동이 불가능할 경우에 한하여 계엄령에 따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대체 세상 어느 나라 군대가 시위대를 막겠다고 장갑차와 대규모 병력을 쏟아붓는단 말인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이다. 정녕 이들이 민주주의 국가의 군인가? 아니면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친위대인가?
이는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군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쿠데타를 모의한 기무사는 존재가치가 없어졌으니 당장 해체하고 기능을 이양하여야 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연루자들을 처벌하여야 한다. 또한 군대 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 군인들을 모두 제거하여야 한다. 전두환의 쿠데타도 사조직 ‘하나회’가 주도하지 않았던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라도 군 내부 사조직을 절대 용납하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군을 정권의 칼이 아닌 국민의 칼로 바꾸기 위해 군 조직을 견제하고 체제 개혁을 할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어도 군 수뇌부의 사고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런 썩어빠진 사고 자체를 뒤바꿔 놓는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이런 불상사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으며, 혁신에 성공한다면 군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더는 망설여서는 안 된다. 바로 지금이 개혁을 시행할 적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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