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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일차의료 강화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 / 이재호, 이상일

등록 2018-08-08 18:20수정 2018-08-08 19:23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건강정책학회 이사·일차의료연구회 회원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건강정책학회 회장·일차의료연구회 회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국민건강보험이 존재하지만, 본인부담 의료비 비중이 높다. 게다가 민간의료기관이 90%를 넘고 얼마 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마저 공공성이 취약하다. 또한 일차의료가 부실해 국민이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대혼란을 초래한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이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였지만, 병문안 문화 개선 등 지엽적인 대응만 했을 뿐, 본질적 개선을 이루지는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에는 우리나라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빈도가 2016년에 17회로 35개 회원국 중 1위로 오이시디 평균(6.9회)의 2.5배에 달했다. 2위인 일본(12.8회)과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유독 우리 국민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 의사를 자주 찾는 것일까? 선진국에서는 주치의로부터 안내를 받아 의료이용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스로 판단하여 증상별로 병원을 찾는다. 이렇게 주치의가 없으면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이나 입원을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당뇨 환자의 병원 입원율은 인구 10만명당 281명으로 멕시코(292명) 다음으로 높으며, 오이시디 평균(138명)의 2배를 훌쩍 넘는다. 한편 우리나라는 인구 1천명당 병원 병상 수가 12.0으로 오이시디 국가 중 2위다. 머지않아 1위 일본(13.1병상)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만들어진 병상은 채워지게 마련’이라는 로머의 법칙이 들어맞는 전형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공공성이 취약하고 의료이용이 혼란스러워 비효율이 나타나는데 국가는, 국민건강보험은 무엇을 하는가?

우리나라는 의료비 중 공공부담이 2017년 58.2%로 오이시디 평균(73.5%)에 크게 밑돌아, 하위 세번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높여 의료비 본인부담을 줄이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방향은 올바르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보장성만 높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본인부담 의료비 감소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고,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현 정부의 여러 정책들은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우려스럽다. 예를 들면, 의료전달체계 개편방안, 만성질환 관리사업, 장애인 건강관리의사제 등은 본질적으로 일차의료 강화 정책이라 할 수 없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차의료 강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에 걸친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 단계로 가장 중요한 정책은 국민이 주치의를 정하고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주치의를 통한 합리적인 의료이용은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면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해준다. 한달 전 영국 <비비시>(BBC)는, 주치의에게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으면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도 있다.

주치의 보유의 홍보와 함께 시행해야 하는 것은 표준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이다. 단순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는 것에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 의원 대부분은 의사 1인이 단독개원을 하고 있어 그 질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 선진국 동향에 부합하는 새로운 서비스 제공 방식으로, 공동개원 형태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표준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이 하나의 대안이다.

이 같은 정책 실행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 대해 실질적 책임이 있는 기관이어서다. 공단이 직영으로 의원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원과 계약을 맺어 시범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표준일차의료기관은 일차의료 교육수련기관으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이사장은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로 일차의료에 대한 이해가 깊어, 일차의료 발전을 위한 큰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주치의 보유 홍보 정책과 표준일차의료기관 시범사업이 그 구상에 포함되기를 기대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전에 밑을 채우는 일을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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