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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원산 어린이병원을 기대해봅니다 / 주진형

등록 2018-10-10 17:57수정 2018-10-10 18:59

주진형 강원대학교병원 통일의료센터장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19세기 말 이후 한반도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면서 국권 침탈, 분단과 전쟁이 이어졌고 우리 민족은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이후로 전면적인 전쟁은 없었지만 팽팽한 군사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슬아슬한 평화 상태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지금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민들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평화가 지속되려면 신뢰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인간이 서로 믿고 살려면 먹을 것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아플 때 도와주고 배려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농업 분야, 질병을 극복하게 도와줄 수 있는 의료 분야의 지원과 교류는 신뢰 구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북한도 농업·의료 분야에 대한 우선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임금의 1%를 공제하고 이를 기반으로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했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로 무상의료 체계는 상당히 훼손되었고 필요한 약품마저 장마당에서 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2015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발표에 따르면 5살 미만 아동 사망률은 남한의 8배 이상이고 모성 사망 비율도 남한의 7배가 넘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우리는 북한의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손을 내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열악한 북한의 의료 상황에 대한 개선책과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국립대병원도 고민하고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와 함께 2004년 ‘평양 어깨동무 어린이병원’의 준공과 2008년 ‘평양의학대학병원 어깨동무 소아병동’ 신축을 지원했습니다. 이후 지난 10년 동안 체계적인 보건의료 분야의 교류·협력은 부족했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병원 건립, 제약공장 건립, 영양공급 대책 수립 등을 포함한 더욱 높은 수준의 지원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강원대학교병원 통일의료센터는 이러한 교류·협력의 일환으로 원산에 어린이병원 또는 모자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도이며 분단도 사이의 인도적인 교류·협력의 확대는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할 것입니다. 향후 남북 교류·협력은 일회성의 현물지원 형태를 벗어나 북한이 해당 분야에서 발전하고 자립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형태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산에 어린이병원이 건립되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의료지원과 함께 의학교육, 약품 공급체계 구축, 영양공급 방안 수립, 전력설비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필수 영양 공급을 위한 양계공장 설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풍력·태양광 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유관 분야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원하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내실도 키울 수 있는 의료 분야 교류·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언제나 그냥 손에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의지, 노력, 땀방울, 눈물이 모여서 평화가 지켜져 왔습니다.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의료 분야의 교류·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강원도의 많은 의사들과 함께 북강원도를 방문하여 정기적인 의료봉사도 실시하고 의학교육 및 학술대회도 남북 강원도 의사들이 함께 진행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원산 어린이병원의 건립이 그러한 의료 교류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을 감돌고 있는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 대지 깊숙이 뿌리내려 번영의 결실로 꽃피울 날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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