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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교육부 장관께- 대학 연구의 도약을 이끌 교육부를 기대합니다 / 호원경

등록 2018-10-15 18:24수정 2018-10-15 19:32

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

교육부 장관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정부 각 부처의 중요성에 경중을 따질 수 없겠지만, 유독 교육부 장관이 국민들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는 국민의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 때문이겠지요. 교육열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이라는 얘기를 흔히 듣습니다만, 저는 이 교육열이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끌어온 동력이었다는 의견에 동의를 하면서도, 교육열의 초점이 온통 대학입시에 가 있는 상황은 매우 기형적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입시에 고착된 교육열은 유치원, 초등, 중등 교육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수단으로 전락시켜 사회 분열의 원인으로 여겨질 정도이니 말입니다.

더구나 대학입시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교육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는 상황은 더 큰 문제입니다. 교육부의 대학 정책은 대학을 발전시켜 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이라고 하면 가르치는 것만 생각하지만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는 일과 가르치는 일을 같이 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초중고와 차별화됩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공장 안에 강의실을 두고 교수와 학생이 양쪽을 넘나들며 일하는 곳이 대학이기에 연구와 교육 기능이 조화롭게 발전하도록 하는 대학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학에서 기초의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저는 대학에서의 연구가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국가 연구비 지원시스템의 개혁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쓴 적이 있습니다. 장관님으로부터 직접 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현장의 연구자들이 큰 지지를 보내왔고, 그 뜻을 모아 국회에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지원 확대” 청원도 했습니다. 이후 청원의 주요 내용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성공한 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연구자들의 연구비 부족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느낍니다. 대학이 연구기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확대된 연구비가 제대로 쓰여 최선의 성과를 내고 국가 과학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게 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제적 수준의 연구비와 함께 효율적 연구가 가능한 인력, 시설, 장비가 갖춰져야 합니다. 이는 대학이 연구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가는 일인 만큼 교육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BK21’ 사업으로 대학의 연구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학위 취득 후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박사를 필요 이상으로 양산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교육부가 인력 양성의 틀에 갇혀 박사급 인력 양성까지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연구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대학이라는 연구 현장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를 생각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줍니다.

BK21 외에도 교육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사업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 내용을 보면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 등 연구와는 거리가 먼 사업이 대부분입니다.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적극 투자하는 대학 정책의 방향 전환을 기대합니다. 대학원생 지원에 집중되었던 BK21 사업을 박사 후 연구원을 포괄하는 사업으로 발전시켜 청년 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연구책임자로서 신임 교수들이 조속히 실험실을 만들고 정착하도록 지원한다면 대학 연구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 연구개발(R&D)비가 드디어 20조원을 넘는 시대에 진입합니다. 이 중 4조원 남짓이 대학에서 쓰이는데 연구자들이 직접 과제를 제안해 수주하는 연구비는 교육부뿐 아니라 과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 사업을 통해 집행됩니다. 따라서 연구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부와 이들 부처 간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흔히 부처 간 칸막이, 이기주의가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걸림돌이라고들 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부총리께서 부처 간 칸막이를 넘는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교육부가 교육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대학을 연구기관으로서 바라보며 다른 부처와 공조할 때 대학의 새로운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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