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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청와대 사랑채를 협동조합형 유치원으로 / 최종연

등록 2018-12-03 18:23수정 2018-12-03 19:26

최종연
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

정부는 지난 11월6일자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 제7조 제1항 단서를 신설하여 사립유치원의 설립주체가 사회적 협동조합인 경우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자체 출연기관이 소유하는 부동산을 교사·교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였다. 즉 학부모·교사 등이 모여서 설립하고 운영하는 협동조합이 국가·지자체의 공간 협조를 받아 공공적이고 투명한 협동유치원을 보다 원활하게 확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럼에도 미세먼지 섞인 초겨울의 한파처럼 현실은 냉정하다. 11월26일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사립유치원 76곳이 폐원 예정 안내를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1곳은 폐원이 승인됐고 8곳은 교육청에 폐원 신청을 냈다. 더 많은 수의 유치원들이 신학기 원아 모집을 유보하거나 침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의 학부모들이 원아 모집 공고를 기다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폐원 사유에는 적자, 시설 노후화, 건강, 놀이학교나 영어유치원으로의 전환 등 갖가지가 난무하는데 학부모들은 이를 검증할 방법도 없다.

국공립 유치원을 확충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단시간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부는 500개 학급 추가를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2019년 중으로 1천개 학급을 신설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사립유치원을 다니던 원아들에게 우선적인 배정 조처가 취해질 수도 없고 그럴 근거도 없다. 당장 내년 3월1일 개원 일정에 맞추기 어려워 초유의 9월 모집까지 예고되는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살자”는 이른바 ‘포용국가론’을 주창하나 학부모들은 일선 공무원에게 “어머님들이 민원을 넣으니 폐원을 한 거 아니냐”는 꾸짖음이나 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위 규정에서 유치원 건물 제공의 한 주체인 ‘국가’의 강력한 지원 의지와 행동이 필요하다.

규정 개정 뒤 처음이자 가장 우수한 선례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 사랑채부터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의 건물로 제공하면 어떨까. 면적 4116㎡(1245평)의 3개 층 중 1개 층만 전환해도 충분하다. 청와대 방문객들은 조금 불편할 수는 있어도 미래세대의 보육을 우선한다는 국정철학을 보여주기에 이보다 상징적이면서 익숙함과 결별하는 신호탄은 없다.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더욱 적극적으로 공간 제공을 검토하도록 촉구할 근거도 된다.

필자와 함께 학부모·교사 지원모임 ‘유치원 무단폐원 119’를 지원하는 손익찬 변호사는 사립유치원 폐원 사태에 대해 “친구,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은 아이들, 그리고 워킹맘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평가한다. 교육 여건에 불만이 있어도 행여 자녀가 피해를 보거나 ‘찍힐까봐’ 꼬박꼬박 유치원비를 내가며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냈던 부모들이 죄없이 노심초사하는 겨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랑채가 아이디어로 치부되더라도 더욱 담대한 상상력과 그보다 더 치열한 행정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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