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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긴급지원과 통일로 가는 길 / 스티븐 린튼

등록 2019-01-30 18:30수정 2019-01-30 20:00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

예전부터 부모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꿈을 크게 가져라”라고 한다. 꿈을 꾸면 현재보다 더 멀리 볼 수 있고, 뚜렷한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꿈을 크게 꾸어서 남북관계에서 놀라울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국제정세의 변화가 일부분 작용했지만, 한반도의 지도자들이 앞서 20세기 냉전시대의 마지막 과제를 풀고 있다.

꿈을 크게 꾸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제재로 인하여 남북 화해의 진전이 늦어지는 것을 보고 한국인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답답한 심정 때문에 오늘 주어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큰 기회는 긴급지원이다. 역사적으로 좋은 이웃이란 굶은 사람에게 먹거리를, 헐벗은 이들에게 옷을, 병들거나 다친 이들에게 의약품을 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은 이 전통적인 인도주의 지원은 인기가 더 많은 개발지원들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 긴급지원은 경제개발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자선사업 기관은 긴급지원보다 더 인기 많은 개발지원을 선호하게 한다.

인도주의적 지원의 다양한 유형의 상대적 장점과 별개로 개발지원과 긴급지원의 구분은 제재를 받는 국가에서 사람들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 중요성이 높아진다. 식량 사정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투명한 미래 경제 교류의 열매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다행히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핵 관련 사업에 제재를 면제했고, 긴급지원을 위한 여행은 제한하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에서 나타나듯이 ‘삶을 개선하는’ 사업들이 심각한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 하더라도 ‘생명을 구하는’ 사업은 제재를 받고 있지 않다.

이처럼 한국인들은 긴급지원은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해야 한다. 2000년대 초기부터 한국에서 북한으로 보낸 상당한 양의 지원은 외국인이 지원한 양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변동으로 인하여 지원이 들쑥날쑥한 반면 외국에서 오는 지원은 비록 규모가 적었지만 꾸준히 끊기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북한 당국은 결핵 지원처럼 꾸준히 해야 하는 긴급지원을 외국 기관들에 맡기고 남쪽 기관한테는 개발 협력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남한 사람들은 자비롭지만 외국인보다 믿음직하지 않다는 인상을 바꾸어야 한다.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은 긴급지원이 필요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남북관계에도 중요하다. 2018년 봄 글로벌펀드의 갑작스러운 긴급지원 중단 발표는 이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글로벌펀드가 북한의 가장 큰 보건문제인 결핵 사업을 예고 없이 중단한 것은 한국 사람들의 긴급지원을 통해 남북한이 연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펀드의 지원 중단 공백으로 한반도의 남북관계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 한 공동체처럼 움직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통적 긴급지원을 교류하면서 이웃감정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제재와 관련 없는 항결핵제, 소모품, 병동 등을 육로로 운송함으로써 남북 사회가 긴급지원 통로를 개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일은 제재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영구적인 긴급지원 통로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오늘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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