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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글로벌 시대, 감염병 안전지대는 없다

등록 2019-02-06 17:52수정 2019-02-06 19:25

지난 달 29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최근 유행하는 홍역 등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9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최근 유행하는 홍역 등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관계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빈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펀드(RIGHT Fund) 대표

최근 국내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홍역 환자가 다시 발생함에 따라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소 홍역퇴치인증위원회로부터 토착형 홍역이 없다는 홍역 퇴치 인증을 받았으나, 외국 여행자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감염병은 의학 기술의 발달, 공중위생 환경의 개선, 정부의 공중보건학적 개입 등으로 줄어들 수도 있지만, 국외 유입 혹은 신종 감염병의 출현으로 다시 증가할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외 유입 감염병 신고 건수는 2005년 170건에서 2016년 541건으로 크게 늘었다. 퇴치 인증을 받은 질병이더라도, 한국인이 여행하는 지역에서 그 질병이 발생하는 한 완벽한 안전지대는 없다.

특히 감염성 질환은 개발도상국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공적개발원조(ODA)에서 보건 원조의 필요는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오디에이를 제공해왔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첫 역사를 쓴 한국은 16번째로 많은 오디에이 제공국(2019년 기준 3조4922억원)으로 현재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보건 분야 오디에이에서는 생각해볼 지점이 많다.

올해 우리나라 오디에이 가운데 보건 분야 예산은 12.6%를 차지한다. 저개발국가에 가장 필요한 원조는 보건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교육·건설 등의 원조에 앞서는 것은 생명 유지와 건강이다. 2017년 한국국제협력단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1%가 오디에이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 ‘보건’을 꼽았다. 실제 말라리아, 결핵, 장티푸스, 황열병, 이질, 콜레라 등 감염성 질환은 아직도 전 세계 주요 사망 원인으로,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유병률과 사망률이 높다. 저개발국가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여러 기구의 노력으로 사망률은 서서히 감소 양상을 보이지만, 여전히 감염성 질환은 국제 보건 생태계를 위협하며 저개발국가에서 보건 오디에이 필요를 절감하게 한다.

또 보건 분야 오디에이는 현재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요한다.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도 여전히 많고 감염병의 특성상 발생하는 약물저항성에 대응할 수 있는 신약의 개발도 절실하다. 매해 열대성 감염병에 대한 신약 연구·개발 투자는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더 많은 인류에게 공평한 치료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저렴한 약제의 개발도 필요하다. 저개발국가의 현실에 맞춰 물 없이 먹을 수 있는 제형의 약,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기기 등의 개발도 긴요하다.

2018년 7월 대한민국 보건 오디에이의 양적, 질적 성장과 좀 더 실질적인 활동을 위해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펀드(RIGHT Fund)가 설립됐다. 이 펀드는 보건복지부와 국내 생명과학 기업, 국제백신연구소 등의 민관협력으로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이다. 아직 투자 규모가 일본, 호주 등 다른 선진국의 민관협력펀드에 견줘 작지만, 한국 생명과학 기업의 강점인 제형개발, 제조기술에 투자해 글로벌 시대 감염병 안전지대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의 오디에이 활동이 더 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백신 자급화와 같은 국내 보건의 질적 향상에도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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