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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종합편성채널의 의무전송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종편에 주었던 특혜를 회수하려는 의도일 게다. 그러나 이는 종편의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정책은 세심하지 않으면 의도와 달리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될 수 있다.
의무송출은 케이블-아이피티브이(IPTV)-위성방송 사업자들이 특정 채널을 반드시 송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방송법에 의무송출 대상으로 명시된 건 <한국방송>(KBS)과 <교육방송>(EBS)뿐이다.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는 대상이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에 스스로 편성해주는 것이다. 그밖에 공공채널, 공익채널 등을 의무송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안에 선정되기도 어렵거니와 전국 3천만 가시청 가구에 모두 내보내는 것도 아니다. 그런 만큼 모든 가시청 가구에 의무송출해준다는 건 어마어마한 혜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보수 성향의 신생 종편채널들이 안착하도록 여러 혜택을 부여했다. 의무송출이 그중 대표적인 것. 쉽게 처리하기 위해 국회가 아닌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되는 시행령을 이용했다. 현 정부가 종편의 의무송출을 폐지하려면 국무회의에서 시행령만 고치면 되니 역시 쉽다. 그러나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의무송출을 폐지한다고 방송사업자들이 종편을 빼버릴까? 천만에. 종편사들이 무서워 그리 못할 거란 시각도 있지만 종편들이 악역을 자처할 필요조차 없다. 방송사업자들이 종편을 더 원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한 만큼 엠비시와 에스비에스처럼 방송사업자들이 알아서 편성할 게 확실하다. 씨제이(CJ)가 운영하는 <티브이엔>(tvN)조차 의무송출 대상이 아님에도 대부분 편성하고 있다. 또한 종편채널 블록 앞뒤에 편성한 홈쇼핑들로부터 받는 자릿세(입점수수료)는 방송사업자들의 주수입원이다. 종편이 빠지면 이 자릿세도 줄어들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더 받아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기존 종편들의 기득권만 지켜주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언젠가 새로운 종편들이 등장하는 걸 가정해보자. 채널의 매출은 가시청 가구 수와 비례한다. 기존 종편들은 모든 가구에 송출되면서 쉽게 안착했다. 새로운 종편들은 아무런 특혜 없이 일부 가구에만 송출하며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 아마 적자에서 헤매다 문을 닫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의무송출은 보수 일변도 종편을 고착화하고 새로운 종편의 싹을 잘라버리는 조치다.
종편 4개 중 조선일보사, 동아일보사, 매일경제신문사 소유의 3개는 보수 성향이다. <제이티비시>(JTBC)는 중앙일보 홍석현 대주주의 소유이니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종편 여론시장은 보수 일변도의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방통위는 이런 불균형을 영구적으로 방조하겠다는 것인가?
종편 여론시장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주길 기대한다. 혹시라도 보수 종편을 적대시하여 나온 발상이 아니길 바란다. 민주주의에선 그들도 있어야 할 존재다. 오히려 진보 종편이 전무하다는 게 근본적 문제다. 의무송출 일몰제, 보도 성향을 기준으로 하는 의무송출 균형제 등의 방법도 있다. 진보 종편들도 보수 종편들처럼 정책적 배려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게 뉴미디어 시대에 올바른 종편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원인성
소비자주주협동조합 대표
소비자주주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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