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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민주 정당들의 극우 세력 대처법 / 최영태

등록 2019-02-20 18:33수정 2019-02-21 09:30

최영태
전남대 역사학과 교수

민주주의의 기반이 튼튼한 사회에서는 극우나 극좌세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영국 런던은 마르크스와 바쿠닌 등 세계 혁명가들의 집합처였으나 영국은 그들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유럽에서 극우세력들을 준동시켰지만 정작 대공황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극우세력들이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반면에 1930년대 초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독일에서는 경제위기가 닥치자 곧바로 나치당과 공산당 등 극단세력이 준동했다. 1930년 선거에서 나치당 의석은 12석에서 107석으로, 공산당 의석은 54석에서 77석으로 증가했고, 1932년 선거에서는 더 증가하여 나치당 196석, 공산당 100석이 되었다. 그런데도 사민당과 중앙당 등 기존의 정당들은 극단세력들에 대한 대처방안을 찾는 데 소홀했고, 이 틈을 타 히틀러가 정권을 잡았다.

다행히 20세기 후반 유럽 정당들은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결선투표에 진출하자 프랑스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사회당은 극우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무소속 후보인 마크롱을 지지했다. 2017년 독일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에 올라 독일 민주주의를 위협하자 양대 정당인 기민당과 사민당은 경쟁을 멈추고 공동정부를 구성해 극우세력들의 팽창에 대처하고 있다. 이처럼 평상시에는 치열하게 경쟁하다가도 극단세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면 손을 잡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민주 정당의 참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정당의 노태우 정부는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늘의 정부(문민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는 민주정부”라고 선언했다. 또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2007년)는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수정부와 국방부까지 5·18은 민주화운동이며, 북한군 침투설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정의 내렸음에도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지만원 등 극우논객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전두환을 영웅시하며, 심지어 ‘5·18 북한군 침투설’까지 주장하고 있다.

일부 극단세력이 5·18을 폄훼하고 5·18 북한 침투설을 주장한다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같은 거대 정당이 극우적 주장에 동조하거나 애매한 태도를 취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극우세력들은 자유한국당을 통해 끊임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다.

지난 14일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5·18 망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종명 의원만 출당 조처했다. 자유를 얻은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하여 극우적 목소리를 노골화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행태로 볼 때 두 사람은 당에서 추방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과 야 3당이 힘을 합쳐 국회에 제명동의안을 제출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통과를 방해할 것이다. 마음속으로 ‘우리의 디엔에이(DNA)는 전두환과 박근혜’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기대를 접자.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를 안정시킬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자. 최선의 방안은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우리 정치의 중심부에서 변두리로 몰아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평화민주당, 정의당 등이 내년 총선에서 ‘선의의 경쟁과 연대’라는 큰 원칙하에 극우 세력들에 대항할 공동 전선을 모색하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한 책임감을 갖고 그러한 환경과 분위기 조성에 나서라. 그럼 분명 국민이 호응할 것이다. ‘존재하되 힘을 잃게 만드는 것’, 그게 민주사회의 특징인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극우를 퇴출시키는 방법이다. 이번 파동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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